주택담보대출 年2%대 하락… 가계 빚 급증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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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변동금리형 2.85%로 낮춰
2014년 37조 사상 최대 증가 가계대출… 저금리 타고 늘어날땐 경제 주름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달아 연 2%대로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을 담보로 더 쉽게 돈을 빌리는 주택 구입자와 자영업자 등이 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3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를 7일 3.02%에서 2.98%로 인하했다. 이 대출 금리는 15일에는 2.85%까지 떨어졌다.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 역시 15일 3.06%에서 2.98%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변동금리대출 최저금리를 5일 3.10%에서 2.90%로, 고정금리대출 최저금리는 13일 3.01%에서 2.98%로, 15일엔 다시 2.91%로 내렸다. 하나은행도 3%대 초반이었던 고정금리대출 최저금리를 10일 2.97%로 낮췄다. 이 금리는 15일에는 2.92%까지 떨어졌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3%대 초반이지만 다른 은행들처럼 조만간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평균 4.63%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1월에 3.30%까지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2.0%로 낮춘 이후 전체적인 금리 수준이 떨어졌고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지며 고정금리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국채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만 낮추고 대출금리는 유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는 신규 대출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연 2.9%로 1억 원을 빌릴 경우 월 이자는 24만 원 수준이다. 연 3.5%로 빌렸을 때와 비교해 월 5만 원 정도 낮은 것이다.

기존에 돈을 빌린 대출자가 금리 인하의 혜택을 누리려면 기존 대출을 갚고 금리가 싼 신규 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다만, 중도상환 수수료가 문제다. 따라서 중도상환 수수료와 대출이자 감소 폭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1년 전에 고정금리 3.5%로 주택담보대출 1억 원을 받은 대출자가 현재 2.9%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 150만 원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연간 이자는 60만 원 줄어든다. 상환 기간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은 올 상반기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런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올해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당분간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며 “단기로 돈을 빌릴 계획이라면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며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60조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3000억 원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한은이 기준금리를 2.0%로 낮춘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전체 증가액의 약 55%인 20조4000억 원이 늘어나며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가 더 늘면 향후 금리가 상승할 때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주택담보대출#고정#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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