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인사가 만사형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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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전쯤 집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운전사가 “제 택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택시운전사로부터 그런 인사를 들은 게 처음이라서 참 신선하고 반가웠다.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요”라고 화답하며 목적지까지 기분 좋게 갈 수 있었다(따라서 택시에서 내릴 때 거스름돈은 받지 않았다).

작년 5월에 이 지면을 통해 프랑스 니스의 한 카페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얼마나 친절하고 예의 바른 말로 커피를 주문하느냐에 따라 같은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무려 다섯 배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리나라에도 그런 카페가 생겼다는 뉴스를 들었다. 종업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커피를 주문하면 반값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

커피 7유로, 커피 플리즈 4.25유로, 헬로 커피 플리즈 1.40유로라는, 즉 “커피(줘)!”라고 반말하는 사람에게는 1만 원을, “커피 주세요”라고 예의 바르게 말하는 사람에겐 6000원을,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상냥하게 말하는 손님에겐 2000원을 받는다는 기발한 가격표를 만든 프랑스의 카페 주인은 손님들이 종업원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을 보고 그 아이디어를 냈다는데 우리나라 카페의 반값 이벤트도 요즘 불거진 우리 사회의 갑질 논란과 맞물려 등장했을 법했다. 실제로 상냥한 말 한마디가 돈이 되는 사회가 된 셈이다.

사실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 친절한 인사, 작은 배려다. 갑질이 볼썽사나운 것도 결국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무례함 때문이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기본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갑이든 을이든 마찬가지다. 갑질 논란에 묻혀서 그렇지 사실 을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오늘 저녁에도 음식점에서 식사 중에 들려온 옆자리의 대화가 직원의 무개념을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권리 요구에는 적극적이면서 책임감은 없는 직원 이야기는 옆에서 들어도 공감이 되었다.

언론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사는 어떤 자리에 근무하도록 발령을 낸다는 의미의 인사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예를 갖춘다는 뜻의 인사와 한자까지 같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예를 갖추는 인사가 세상 살아가는 데 만사형통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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