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품비리 관련 ‘박원순法’ 첫 적용… 서울시 감사관실, 인사위에 징계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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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받은 공무원, 해임-파면하라”
“직무 연관 업체 찾아가 먼저 요구… 금액 적지만 중징계 필요”

지난해 10월 서울시 공무원 A 씨(5급)는 퇴근 후 민간업체에 현장 점검을 나갔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금 30만 원을 건네받았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최근 A 씨의 금품수수 정보를 입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돈이 오간 것을 확인한 감사관실은 A 씨의 중징계(해임이나 파면)를 서울시 인사위원회에 요청했다. 금품 수수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지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됐고 무엇보다 A 씨가 먼저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A 씨는 금품수수 비리와 관련해 이른바 ‘박원순법’(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이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금품·향응 액수가 100만 원을 넘거나 100만 원이 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파면 또는 해임키로 한 ‘공직사회 혁신방안’(박원순법)을 시행 중이다. 특히 박원순법은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징계한다’는 규정 때문에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보다 강도가 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 씨의 징계 수위는 앞으로 열릴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러나 30만 원 수수에 중징계를 요청한 것만으로 이미 서울시 안팎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법 시행 이후 중징계가 확정되거나 인사위에 중징계를 요청한 사례는 A 씨를 포함해 모두 7건이다. A 씨 외에는 성범죄, 근무 태만 등이다. 이들의 징계 수위도 높아졌다. 동료 직원을 성희롱한 2명, 성추행한 1명 등에게 모두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과거에는 감봉이나 견책 등 경징계에 그쳤을 사안이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1993년 서울대 우모 조교 성희롱 피해사건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박원순 시장은 특히 성범죄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 밖에 근무지 이탈, 어학성적 위조 등을 포함한 2건도 중징계를 받았다.

이제 시행 100일 남짓인 박원순법을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서울시 공직사회의 긴장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이 된다. 지난해 10∼12월 공직비리를 제보받는 ‘원순씨 핫라인’에는 월평균 51.6건이 등록됐다. 핫라인 개설 전(7.2건)보다 7배로 늘었다. 반면 지난해 10∼12월 검찰과 경찰이 서울시에 통보한 공무원 범죄사건은 월평균 0.3건으로 1∼9월(2.9건)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었다. 공무원 범죄 중 가장 비중이 큰 음주운전의 경우도 모임이 많은 연말인데도 통보 건수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금품비리#박원순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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