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가득, 한국 인디음악계 뒷담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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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이형’ 하세가와가 쓴 ‘고고! 대한 록 탐방기’

록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북노마드 제공
록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북노마드 제공
요즘 한국 록을 대표할 만한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중 하나는 일본인이다. 한국명 김양평, 본명 하세가와 요헤이(44).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 연주자.

1971년 도쿄에서 일본 국민배우 류 라이타의 아들로 태어나 삼수 끝에 대입을 접었다. 시부야와 니시신주쿠의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신주쿠, 고엔지, 시모기타자와 등의 클럽을 돌며 기타를 연주했다. 그런 일본 청년이 어떻게 해서 오늘날 장기하와 밴드를 하고 있나.

발단은 도쿄의 음반가게 단골이 건넨 한 장의 카세트테이프다. A면엔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 B면엔 산울림의 베스트 모음집이 들어 있었다. 난생처음 듣는 충격의 음악에 빠져든 스물네 살의 하세가와는 결국 테이프를 건넸던 사토 유키에와 1995년 일본 최초의 한국 록 전문 밴드 ‘곱창전골’을 만든다. 그리고 클럽을 돌며 신중현 산울림 송골매 조용필의 노래를 연주한다.

하세가와와 사토는 그들에겐 전설의 보검 격인 옛 한국 록 명반들을 사러 대한해협을 건너고 서울 종로에 여관방을 잡는다. 이후의 스토리는 최근 나온 책 ‘고고! 대한 록 탐방기’(320쪽·1만6500원·북노마드·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음악 오타쿠(마니아)가 본토에 상륙해 황신혜밴드, 강산에밴드를 거쳐 김창완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가 되며 한국 록 음악사의 큰 줄기에 올라탄 이야기 말이다.

일본 출판 편집인 오이시 하지메 씨와 하세가와가 나눈 대담이 책의 대부분인데, 말이 대담이지, 음악 좋아하는 일본 아저씨 둘의 한국 문화 ‘뒷담화’라고 해도 된다. 의리, 정, 임기응변으로 똘똘 뭉친 한국인과 한국 인디 음악인들 이야기가 신비세계 탐험기처럼 그려진다. 청계천 뒷골목의 묵은 LP판 향기, 홍대 앞 싸구려 소금구이 냄새, 지하 클럽의 전기기타 음향이 차례로 피어오른다. 귀여운 오해와 과장을 섞어 한국 문화를 묘사하는 하세가와의 디테일과 말맛이 근사하다. 그의 눈에 보인 ‘매혹적인 한국 록 음반’ 소개, 장기하 김명길(데블스) 신윤철(서울전자음악단) DJ소울스케이프와의 대화도 실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로 근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하세가와는 ‘양평이 형’이란 애칭으로 젊은 세대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스물네 살 때 문제의 테이프를 처음 들은 감상을 이렇게 회고한다. “…‘이건 뭐지!’… ‘이러면 한국에 갈 수밖에 없잖아!’….”

뭔가에 미친 당신, 뛰어들라. 지금 바로 그곳으로, 양평이 형처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하세가와 요헤이#장기하와 얼굴들#인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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