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아시안컵 떠올리며…” 은퇴 앞둔 차두리의 소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18시 23분


코멘트
차두리. 스포츠동아DB
차두리. 스포츠동아DB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의 맏형 차두리(34·서울).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와의 작별을 선언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높게 느껴진다. 마치 꺼지기 전의 촛불이 가장 밝다는 말이 있듯이.

차두리는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 출전해 90분을 모두 소화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특히 전반 36분에는 남태희의 헤딩 결승골을 도우며 특급 도우미 역할까지 소화해 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도 교체 선수로 출전해 71분간 뛰었다. 자신보다 10살 이상 어린 20대 초반 선수들과 함께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며, 가장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했다. 김대길 KBSN해설위원은 “졸전이라고 평가받는 쿠웨이트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는 차두리와 기성용(스완지시티) 뿐이었다. 특히 차두리는 30대 중반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비와 공격에서 맹활약했다”고 평가했다.

차두리는 지난해 말 소속팀 서울과 1년 재계약을 했다. 축구화를 벗으려 했던 당초 계획을 접은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그의 활약을 지켜본 서울의 한 관계자는 “대표팀에서도 재계약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선수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 은퇴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대표팀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과 12살 차이가 난다. 10일 1차전에서 34세 178일의 나이로 출전하며 이운재(은퇴)가 갖고 있던 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 최고령 출전 기록(34세 102일)도 갈아 치웠다.

아시안컵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 차두리는 자신의 고별무대를 우승 트로피로 장식하기 위한 열망이 뜨겁다. 자신의 임무를 100% 수행하면서 자칫 흔들리기 쉬운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맡았다. 많은 축구팬들이 아쉬워하지만 그가 은퇴를 번복할 가능성은 적다. 차두리의 에이전트사인 C2글로벌의 추연구 이사는 “차두리가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차두리는 소박한 소망 하나를 밝혔다. “먼 훗날 이번 아시안컵을 떠올리며 집에서 맥주를 마실 때 ‘아. 내가 나이가 많이 먹어서도 큰 대회를 치렀구나’하고 뿌듯하게 여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마음을 비웠기에 차두리는 날듯이 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