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말단 여직원까지 챙기며 ‘乙’이 되는 美 의원들…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8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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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제114회 연방의회가 개원한 6일 오후. 하원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레이번 빌딩은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한인 유권자가 많은 뉴저지 주 출신 빌 패스크렐 하원의원(민주) 사무실 앞에는 한인들도 많이 모여 있었다.

본회의장 개원식 참석 후 곧바로 사무실로 돌아온 패스크렐 의원은 복도에 늘어선 한인 유권자들을 보자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한인 사회는 나의 사회”라면서 “어서들 들어오라. 내 사무실은 오늘뿐만이 아니라 언제든지 열려 있다”며 반겨줬다.

사무실에서는 의원 가족과 보좌진이 유권자들과 어우러진 개원 축하 파티가 열렸다. 패스크렐 의원 측은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준비해 늦은 점심을 접대하며 유권자들을 맞았다. 개원 첫날 의원이 유권자와 얼굴을 맞대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오픈 하우스 파티’였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2년마다 찾아오는 개원 첫날 사무실별로 리셉션을 열고 예약 없이 찾아온 유권자라도 기꺼이 맞이해 그동안의 지지에 감사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는 문화가 있다. 유권자가 갑(甲) 자격으로 을(乙)을 자처한 의원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의 장인 셈이다.

이런 풍경은 4년마다 한 번 찾아오는 개원일에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취임 선서를 하고 의사일정을 확정하는 게 주요 일정인 한국 국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의원들은 취임 선서 뒤 당과 상임위원회의 사정에 따라 회의에 참석하거나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바로 국회를 떠난다. 의원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의원실을 개방하는 행사는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이번에 10선 의원이 된 패스크렐 의원은 한인을 포함한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참모와 말단 여직원까지 일일이 이름을 부르고 소개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켜 줬다. 모든 의원실이 파티를 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의원실이 방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이날 처음 미국 의회를 방문했다는 김지수 씨(29·뉴욕 컬럼비아대 국제정책대학원 석사과정)는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만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놀랍고 부러웠다”며 “마냥 ‘높은 분들’처럼 느껴지는 한국의 국회의원과 보좌관들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폭설을 맞으며 뉴욕 시와 뉴저지 주에서 내려온 한인 유권자 단체인 시민참여센터 관계자 17명은 이날 하루 동안 지한파 의원 사무실 20여 곳을 방문했다. 의원들을 만난 뒤 ‘한국계 미국인을 위한 5대 우선 정책’ 서한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인 사회 주요 관심사인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 마련 △한국인 전문직 비자 확대 법안 △한미관계 강화 △북-미 이산가족 상봉 지지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통한 한미일 3각 동맹 회복 등을 공개 청원한 것.

김동석 상임이사와 김동찬 대표 등 시민참여센터 지도부를 만난 피터 로스컴 하원의원(공화·일리노이)은 즉석에서 “2013년 발의했다가 입법화에 실패한 한인 전문직 비자 연간 1만5000명 확보 법안을 이번 의회에서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백악관 방문 및 미셸 오바마 여사 면담 건을 계속 추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지한파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민주·버지니아)은 “올해도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직을 계속 수행하며 미주 한인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인 공화당 수잰 숄티 후보(북한자유연합 대표)와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으면서 한인 표가 갈려 크게 고전했지만 한인들에게 섭섭하다는 내색은 전혀 없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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