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에… 금융권도 이공계 ‘레드 카펫’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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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때 가산점 주며 인재 모시기
주요 은행 이공계 신입행원 비중… 2014년 하반기 16∼20%로 늘어
IT-금융공학 전공자 우대… 인터넷전문은행 등 변화에 대응

《 KB국민은행은 작년 11월 29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해 가산점을 줬다. 국민은행은 가산점 부여를 통해 신입행원 가운데 이공계 전공자의 비중을 2013년 하반기 11.0%에서 2014년 하반기에는 16.6%로 늘렸다. 국민은행이 이공계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공략을 강조하면서 여러 부서에서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우선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현재 PB센터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고객에 대한 투자상담을 향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테크 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재테크 관련 빅데이터 수집 등이 필요한데 이런 업무를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맡길 계획이다. 》  
핀테크가 국내 금융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은행 채용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핀테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을 이끌 수 있는 이공계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 정부가 강조하는 ‘기술금융’ 바람도 은행권의 이공계 인재 채용 확대에 불을 붙였다.

○ 금융권에 불고 있는 이공계 채용 확대 바람

국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도 작년 하반기 IT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언어 능통자를 우대 조건으로 명시해 신입행원을 뽑았다. 그 결과 신입행원 중 이공계 전공자의 비중이 전년에 비해 7.1%포인트 증가했다.

인문계 전공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은 은행들도 이공계 전공자를 중용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매년 15% 안팎이던 이공계 신입행원 비중이 지난해 20% 정도로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이공계 비중이 2013년 10%에서 2014년 16%로 늘어났다. 2일 신입직원을 임용한 금감원은 IT 및 금융공학 전공자를 지난해 14%(7명)에서 올해 23%(10명)로 확대했다.

이공계 인력의 경력직 채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스마트금융, 기술금융 분야에서 일할 이공계 전문인력을 25명이나 채용했다. 우리은행도 기술금융센터 출범을 위해 작년 하반기에만 6명의 이공계 인재를 뽑았다. 국민은행은 외부 인력을 충원해 1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금융 전담조직을 기업여신 심사부 내에 신설했다.

은행권에서 이공계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당장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등 핀테크 열풍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는 데다 기술금융 확대를 위해서도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벌어진 뒤 IT보안 문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공계 수요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공채에서도 IT 관련 전공자를 우대하는 등 앞으로 이공계 채용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 “이공계 채용,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금융권의 수요에 발맞춰 금융 관련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학과의 신설도 줄을 잇고 있다. 2010년 숭실대 금융학부, 아주대 금융공학과가 개설된 데 이어 2011년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2013년 성신여대 융합보안학과, 2014년 건국대 금융IT학과, 영남이공대학 사이버보안과 등이 잇따라 생겨났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핀테크가 이미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며 “핀테크는 물론이고 고객의 소득과 직업, 연령 등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해서도 이공계 인재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독려하고 있다. 이공계 인력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강조하는 핀테크와 기술금융 활성화 여건이 조속하게 마련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론(인문계의 90%가 논다)’이란 말이 돌 정도로 취업난에 시달리는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에선 이 같은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이공계 우대 현상이 뚜렷한 취업전선에서 금융권은 인문계 취업 희망자들이 이공계에 비해 많이 채용되는 대표적인 우량직장이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종사자들도 은행들의 이공계 채용 선호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핀테크를 통한 은행 채널 변화는 결국 지점이나 인력 축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65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한국씨티은행은 당시 “디지털뱅킹 발달로 90% 이상의 거래가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한다”고 인력 구조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핀테크뿐만 아니라 기술금융과 관련해 각 기업의 기술력을 심사하는 데 있어서도 전문성 있는 이공계 인력이 필수적”이라며 “이공계 인력 채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핀테크#금융권#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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