貿保 “모뉴엘 피해보험금 3343억 못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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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금융회사 청구 288건 예비판정… “핵심 서류 아예 없는 비정상 거래”
은행들 “책임 떠넘겨” 소송 검토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6개 금융회사가 청구한 보험금 3억390만 달러(약 3343억 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6일 기업 외환 농협 국민 산업 수협 등 6개 금융회사가 제출한 288건의 보험청구 건에 대해 대출 관련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무보는 조만간 6개 금융회사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할 계획이다.

무보 관계자는 “모뉴엘이 대출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대출해주는 등 은행들이 대출업무를 비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 상황에서 보험금을 내준다면 향후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보에 따르면 은행들은 모뉴엘의 수출채권(어음의 일종)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서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에 가입했다. 모뉴엘이 수출 대가로 받은 채권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은행은 대출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무보와 보험 계약을 한 것이다. 무보 측은 “은행들이 보험금을 받으려면 모뉴엘로부터 받은 수출 물품수령증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이는 보험금 지급 거부 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무보 관계자는 “각각의 대출 건에 대해 은행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했는데 보상할 수 있는 계약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수입자가 물품을 받았다는 물품수령증이나 선적서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무보는 예비판정 결과를 은행들에 알린 뒤 일주일간 은행들의 소명을 받아 다음 주에 최종 판정을 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최종 판정에 대해 불복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무보가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소송을 검토할 뜻을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보가 보험 계약을 할 때 수출업체인 모뉴엘과 수입업체들에 대한 신용조사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며 “무보가 보증을 서주지 않았다면 은행들도 대출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봇청소기와 일체형 PC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 모뉴엘은 수출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모뉴엘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금융권 대출 잔액은 기업은행 1508억 원, 산업은행 1253억 원 등 약 6700억 원에 이른다.

송충현 balgun@donga.com·이상훈 기자
#모뉴엘#모뉴엘 피해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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