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초부터 증시 달구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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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첫날 관련주 급등

“삼성, 현대차, 롯데그룹 등 ‘거함’이 이동한다.”

올해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국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증시 개장 첫날부터 제일모직,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株)는 일제히 고공비행했다.

지난해 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상장으로 삼성그룹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된 데 이어 올해 말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주요 대기업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지배구조 관련주 ‘거침없는 하이킥’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8.23% 상승한 1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18일 상장 때 공모가(5만3000원)의 3.2배로 급등한 것. 장중에는 17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도 찍었다. 이로써 상장 첫날 유가증권시장 14위였던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은 22조850억 원으로 불어나 SK텔레콤, 삼성생명을 제치고 9위로 올라섰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구조 최정점에 있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주로 꼽힌다. 주가 급등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가치도 10조 원에 육박했다. 이건희 회장(3.4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3.24%) 등 오너 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0% 이상을 갖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일 종가 기준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주식 평가액은 제일모직(9조7361억 원)을 포함해 28조563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부회장의 상장주식 평가액은 9조2762억 원으로 불어나 부친인 이 회장과 3조여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주주(지분 32.92%)인 SK C&C도 2일 7.96% 급등했다. SK C&C는 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을 31.8% 갖고 있어 최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향후 SK와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31.88%)인 현대글로비스도 5.83%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나 지주회사 전환 때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올해 대기업 지배구조 전환기

한라그룹도 만도의 기업분할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섰으며, 한진그룹도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진칼 주식을 팔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전환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대상그룹은 2세 형제, 자매간의 지분 변동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연말에 끝나는 데다 2017년 금산분리 강화 등의 규제 변화가 예고돼 있어 대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도 지배구조 변화는 늘 화두였지만 올해는 특히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규모나 상징성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이른바 거함의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익 감소기에 진입하며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영향력이 큰 삼성의 지배구조 변환이 가시화되면 다른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시기적으로도 2, 3세 경영이 완성되고 있어 지배구조 전환의 적절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에 갖고 있는 불신이 해소되면서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증시#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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