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없애며 14년간 23만명이 추적한 살인범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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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법당국이 공소시효까지 없애며 14년 동안 살인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 12월 31일 새벽 일본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 구 가미소시가야(上祖師谷)의 한 단독주택에 강도가 침입했다. 그는 부부와 아이 2명 등 4명의 일가족을 살해했다. 살해당한 여성의 어머니가 31일 오전 10시55분 경 가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때부터 경찰의 끈질긴 조사가 시작됐다.

경시청은 사건 발생 직후 특별조사본부를 꾸렸다. 범인의 혈흔 조사를 통해 A형임을 밝혀냈다. 키는 170cm 전후. 지문도 수십 개 발견했다. 경시청이 지문 자료를 갖고 전과자들과 대조해 본 결과 일치하는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초범이었다.

범인은 잔인하게 일가족을 살해한 후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과 엽차를 꺼내 먹었다. 1층 서재에서 피해자의 컴퓨터를 만지기도 했다. 그 후 2층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잔인한 범행과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에 ‘세타가야 일가족 살해 사건’은 연일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범인은 한국산 운동화인 ‘슬레진저’를 신었다. 경시청은 2001년 1월 한국에 조사원을 파견해 지문 대조를 했지만 동일한 지문을 가진 한국인을 찾지 못했다. 그 후 일본인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조사 중이다.

범인이 허술하게 흘린 각종 자료들이 많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했다. 유족들은 속이 탔다. 그들은 다른 사건의 유족들과 연대해 2009년 2월 ‘살인사건피해자 유족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중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201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과거 25년에서 아예 없앴다.

경시청은 지금까지 이 사건 수사에 연인원 23만 명의 조사원을 투입했다. 지금도 38명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장 보호를 위해 24시간 경찰관이 상주해 사건 현장을 경비한다. 범인 제보자에게 내건 현상금 2000만 엔(약 1억8200만 원)은 현상금 사상 최고 금액이다.

사건 발생 14주년인 이달 30일에 경시청 조사원 약 30명이 사건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오키 다쓰야(靑木樹哉) 경시청 조사1과장은 헌화 후 “14년간 범인을 잡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반드시 범인을 잡는다는 결의로 조사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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