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도전통해 미래 바꾸고 싶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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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사법시험 실업계高 출신 29세 대학생 합격 화제
영산대 법률학과 4학년 이정미씨

“좀 늦긴 했지만 꿈이 없는 인생보다는 도전을 통해 미래를 바꾸고 싶었어요.”

제56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영산대 법률학과 4학년 이정미 씨(29·사진)의 소감이다.

그는 여성 합격자 68명(33.3%) 중 나이가 많은 편인 데다 실업계 고교 출신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부산공고를 졸업한 이 씨의 첫 직장은 외식업체 홀 서빙 자리였다. 2년 가까이 다녔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적은 급여와 불확실한 미래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당시엔 회사 경리직에 있던 친구들만 봐도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그런 자리도 대졸자를 찾던 때였거든요.”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남들보다 3년 늦게 2007년 영산대 법률학과를 선택했다. 수능 공부 중 사회탐구영역 법과 사회 과목이 적성과 맞았기 때문이다. 동료들 사이에서 나이 많은 언니, 누나로 통했지만 과 생활은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전공 관련 동아리 회장도 맡았다. 그리고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시험공부에 매달렸다.

“따지고 보니 내세울 게 없더라고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어요. 미래에 대한 절실함으로 끈기 있게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법대 교수진의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강의는 큰 힘이 됐다. 영산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2000년부터 실무 위주의 차별적인 로스쿨 교육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서울지방법원 부장 판사를 지낸 부구욱 총장의 현장 경험이 뒷받침이 됐다. 부 총장은 국제화 시대의 법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법률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실무를 교육현장에 접목시켰다.

법대생들을 위한 기숙사, 법학전문도서관, 로스쿨 콤플렉스(종합시설), 모의법정 등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20명에 달하는 다양한 전공 및 실무 교수들의 밀착 관리와 질 높은 강의도 강점이다. 이 씨는 “짧지만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꿈과 목표 없이 휩쓸리던 중고교 시절”이라며 “후배들이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꿈을 위해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주어지면 검사가 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12회 졸업생을 배출한 영산대 법률학과는 2007년 1명이 미국 로스쿨(SMU)에 진학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2명이 국내외 로스쿨에 진학했다. 또 2010년 호주 연방대법원 변호사 1명, 2011년 제54회 사시 합격 2명, 지난해 미국 변호사 합격 1명 등 총 11명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부 총장은 “젊은이들의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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