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관세 15년내 철폐… 워킹홀리데이 3000명으로 늘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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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뉴질랜드 FTA 타결]농축수산물 시장 일부 열고 전문직 등 인력진출 길 넓혀

《 한국과 뉴질랜드가 15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이 농축수산물 시장을 일부 내주는 대신 한국 인력의 뉴질랜드 진출 문호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산 승용차, TV 등이 이미 무관세로 뉴질랜드에 수출되고 있는 데다 현지 내수시장 규모도 작아 한국이 뉴질랜드 공산품 시장에서 얻을 이익은 크지 않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

대신 뉴질랜드의 워킹홀리데이 및 전문직 비자 쿼터를 늘려 한국인의 해외 진출 수요에 대응했다. 17일 열리는 한-베트남 FTA 협상까지 마무리되면 한국이 추진 중인 양자 간 FTA 협상은 대부분 끝난다.

○ 뉴질랜드, 7년내 전품목 관세 철폐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뉴질랜드 FTA 체결로 뉴질랜드는 FTA 발효 후 7년 내에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한다. 대신 한국은 15년 이내에 교역품목 96.4%(품목 수 기준)의 관세를 없앤다.

한국이 수입하는 뉴질랜드산 쇠고기에는 현재 18∼40%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15년 뒤에는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다. 지난해 말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뉴질랜드산의 점유율은 8.8%로 호주(55.6%), 미국(34.7%)에 이어 세 번째였다. 정부는 쇠고기 수입량이 사전에 합의한 수준을 초과할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수입 한도는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됐던 2006년에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이 20.9%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고 호주산이 치고 올라오면서 최근에는 점유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또 뉴질랜드산 키위(관세율 45%)는 FTA 발효 후 6년 뒤에, 치즈는 종류에 따라 7∼1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와인(30%)은 발효 즉시, 버터는 10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쌀, 꿀, 삼겹살, 사과, 배, 포도 등 199개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가 등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한미, 한-호주 FTA보다 보호 수준을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단체 등은 이번 협상 타결로 뉴질랜드산 쇠고기나 낙농품 수입이 늘어 축산업계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한국산 타이어(5∼12.5%), 세탁기(5%)의 관세를 발효 즉시 없앤다. 트럭(0∼5%), 냉장고(5%), 건설중장비(5%) 등의 관세는 3년 내에 사라진다. 산업부 측은 “2005년 뉴질랜드와 태국이 FTA를 맺은 뒤로 태국에서 생산된 일본 버스, 트럭의 뉴질랜드 수출이 늘어났다”며 “한국산 상용차의 수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 1200명 추가 확보

한-뉴질랜드 FTA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 인력의 뉴질랜드 진출 기회를 늘렸다는 점이다. 어학연수, 이민 대상지로 뉴질랜드를 선호하는 한국인이 많은 점을 감안한 조치다.

뉴질랜드는 FTA 발효 후 한국인에 대한 워킹홀리데이 허용 인력을 연간 18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워킹홀리데이는 18∼30세 청년이 현지에서 일과 학업, 관광을 병행하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제도다. 1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무는 중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같은 고용주 밑에서 3개월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했던 규정은 없어진다.

또 한의사, 태권도 사범, 한국어 강사, 한국인 가이드 등 네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의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생명공학자, 산림과학자, 식품과학자 등 여섯 가지 전문직 종사자에 대해 한국인 200명분의 비자 쿼터를 확보했다. 또 뉴질랜드는 연간 50명씩 한국의 농축수산업 종사자에게 교육 및 연수 비자를, 매년 150명의 한국 농어촌 자녀에게 8주간 뉴질랜드 어학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한편 산업부는 한-베트남 FTA 8차 협상을 17∼21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9월에 높은 수준의 FTA를 연내에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 속도를 높이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한-베트남 FTA까지 타결되면 현재 협상 중인 양자 간 FTA 협상은 한-인도네시아 FTA만 남는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중국에 이어 뉴질랜드와 FTA 협상을 타결한 것은 경제활성화 분위기에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외국에만 나가면 줄줄이 FTA를 타결하는 것을 두고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FTA를 정상회담용 세리머니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박창규 기자
#한-뉴질랜드 FTA#쇠고기관세#워킹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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