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부 혁신안도 걷어찬 새누리당, 개혁 운운할 자격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내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혁신 방안에 대해 드러낸 거부감을 보면 새누리당에 과연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싹수가 노랗다. 의원 총회에서 15명의 발언 의원 가운데 12명이 혁신안에 반대하는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9가지 혁신안 가운데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국회의원의 활동은 지역구 활동, 정책 활동 등 다양하기 때문에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회의 참석 여부만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안 된다”(권성동 의원) “선배 국회의원들은 돈이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초·재선 의원들은 돈이 없다”(이노근 의원)는 식의 희한한 발언이 이어졌다.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 마련 창구로 전락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 대해서도 “전면 금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김태흠 의원)는 반대론이 제기됐다. 지난 5개월 동안 법안 한 건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가 보좌진 급여를 포함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2억5000만 원씩, 모두 750억 원의 세금을 받아쓴 데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특권 내려놓기’가 중심이 된 이번 혁신 방안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깔아뭉개려는 국회의원들이 무슨 정치 혁신, 국가 혁신을 하겠다는 건지 의심스럽다. 혁신위를 띄워놓고 밑에서 흔들 것이라면 새누리당은 왜 당내에 혁신위원회를 만든다고 그토록 난리법석을 떨었는가.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김성태 의원)는 소리까지 나온 것을 보면 양지 쪽만 밟아온 수구 웰빙당의 ‘보수 혁신’이란 결국 국민을 기만하려는 쇼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의원들은 “백화점식 인기 영합 안”이라고 몰거나 “액세서리 바꾸고 화장발 내는 정도에 그쳤다”며 혁신안을 폄하하기에 바빴다.

새누리당이 두 번에 걸친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승리에다 고령층 증가로 형성된 ‘기울어진 운동장’ 덕분에 다음 선거도 쉽게 이길 것으로 믿고 오만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이든, 관피아 척결이든, 개헌이든 하겠다고 나선다면 국민들 입에서는 영화 대사처럼 ‘너나 잘하세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를 정치권 손에 맡겨둬서는 성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특권#국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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