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최영해]이학수 김인주의 삼성SDS 대박 전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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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논설위원
최영해 논설위원
삼성 비자금 수사를 한 조준웅 특별검사는 2008년 4월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 김인주와 관재담당자 박재중이 비상장법인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싼 가격에 발행해 이를 이재용 등이 인수하면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의도적으로 싼값에 발행했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이를 당시 구조조정본부장 이학수와 이건희에게 보고하고, 이건희로부터 이재용 남매뿐 아니라 이학수 김인주도 인수에 동참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까지 밝혀냈다”며 이건희(삼성전자 회장)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인주(삼성선물 사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기소했다.

당시 특검은 이학수 김인주 명의의 삼성SDS BW 307만 주와 132만 주가 차명이라고 보고 수사했으나 두 사람은 끝까지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주금(株金)을 납입한 자금 출처가 두 사람 명의임을 확인하고 차명 여부를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하지만 적극적인 수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실명이든 차명이든 1만4230원짜리 주식을 7150원에 발행한 것은 배임 행위로 기소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차명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지 실명이 맞다고 확인해 준 것도 아니다. 조 특검은 “당시 수사에서 차명 여부는 확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검은 4조5000억 원의 삼성 비자금을 찾아냈고 1199개 차명계좌에서 양도소득세 1128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추가했다. 2009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이건희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1100억 원을,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사장은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1년 뒤 모두 특별사면 및 복권을 시켜 줬다.

내일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삼성SDS로 어림잡아 이 전 부회장 1조 원, 김 사장 5000억 원,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호텔신라 사장) 이서현(제일모직·제일기획 사장) 3남매는 5조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는다. 이 전 부회장과 김 사장이 1999년 2월 각각 27억 원과 12억 원을 내고 제3자 배정 특혜를 받은 것이 이 회장이 챙겨준 보너스가 맞는지는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 삼성전자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으로 수천억 원을 챙겼는데 덤으로 딱 두 사람에게만 삼성SDS BW를 준 이유가 무엇인지는 당사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형 맹희 씨와 법정 재산 소송까지 벌인 이 회장이 두 가신(家臣)에게만 후한 인심을 쓴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삼성은 과거 차명 주식을 소유한 임원들에게 배당금은 그룹 재무팀에서 걷어가고 세금은 되돌려주면서 비자금을 관리했다. 연말에 증권사에서 집으로 배달되는 주식 보유명세서를 들고 좋아하는 마누라를 보고 속앓이를 했다는 삼성 임원도 봤다. 퇴직하면서 차명 주식을 떼먹고 달아난 사람 때문에 그룹 재무팀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현명관 마사회장이 2008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한 뒤 “내 명의로 된 삼성생명 주식 28만800주는 내 것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 것이다”고 털어놓은 것을 보면 차명이 관행이었던 것 같다.

15년 만에 터진 400배 잭팟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특검 조사와 처벌을 받았으며, MB는 사면해줬다. 그러나 이 엄청난 부(富)가 사회적 공감은 얻지 못했다. 구멍 뚫린 세법을 방치한 기획재정부, 한심한 국회의원, 손 놓은 국세청을 탓할 일인가.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는 “부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썼다. 존경받지 못하는 부의 축적은 자본주의 체제를 위태롭게 한다. 땀이 묻어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반칙과 불법의 돈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피케티가 한국 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희한한 삼성SDS 대박 사건을 본다면 ‘21세기 자본 속편’을 쓰려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삼성 비자금#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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