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성가신 해파리가 해외 선주문 받는 효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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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뿌리 해파리 내년 물량 예약” 무안에 中-日서 국제전화 쇄도
중국선 샥스핀만큼 고급요리

국내에선 찰해파리로 불렸던 숲뿌리 해파리. 전남도 제공
국내에선 찰해파리로 불렸던 숲뿌리 해파리. 전남도 제공

“중국 사람들 ‘숲뿌리 해파리’ 너무 좋아해. 제발 좀 구해 줘.”

전남 무안군 운남면 성내리 어민들은 요즘 중국과 일본 상인들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국제전화를 자주 받는다. 내년 여름에 잡힐 숲뿌리 해파리 구입 계약을 미리 맺자는 것이다. 성내리 어촌계를 직접 찾아와 구입 계약을 맺자고 통사정하는 상인도 한둘이 아니다.

김재욱 성내리 어촌계장(57)은 “중국 상인들이 ‘중국에서는 숲뿌리 해파리 볶음요리가 중국 3대 진미(珍味)인 상어지느러미(샥스핀)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중국 상인들에 따르면 중국에선 숲뿌리 해파리가 거의 나지 않는 데다 전남 해안에서 나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숲뿌리 해파리를 먹지 않지만 원료를 확보해 가공한 뒤 비싼 값에 중국에 되팔기 위해 찾아온다.

중국과 일본 상인들이 내년 여름 전남 해안에서 잡힐 숲뿌리 해파리 확보 전쟁에 한창이다. 약독성인 숲뿌리 해파리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해역에서 서식하며 6월 말부터 9월까지 잡힌다. 숲뿌리 해파리는 길이 1m, 둘레 0.8m 정도이며 잡는 순간 0.4m 길이의 발이 떨어져 나간다. 우리 어민들도 예부터 숲뿌리 해파리를 ‘찰해파리’라고 부르며 데쳐 먹는 등 식용으로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고기잡이에 방해만 되는 귀찮은 존재로 여겼다.

그러나 2013년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이 중국 상인들이 찾는 숲뿌리 해파리가 성내리 해안에서 서식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해파리 제거 사업으로 kg당 500원을 받았던 숲뿌리 해파리가 올해는 kg당 2250원까지 치솟았다. 성내리 주민들이 올 7, 8월 잡은 숲뿌리 해파리는 1200t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성내리 주민들에게는 숲뿌리 해파리가 농한기 주요 수입원이 됐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 어촌계에도 5일 중국 상인들이 찾아와 내년 여름에 잡힐 숲뿌리 해파리를 자신들에게 팔라고 통사정했다. 향화도는 새우의 일종인 보리새우(일명 ‘오도리’)의 주산지. 어민들에게는 보리새우 어획에 방해가 되는 숲뿌리 해파리가 여전히 귀찮은 존재다. 석오송 향화도 어촌계장(62)은 “어족자원이 없는 어촌마을에서는 숲뿌리 해파리가 큰 소득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남 어민들이 해파리를 잡는 방법이 체계화돼 있지 않고 가공 후 중국에서 완제품이 얼마에 팔리는지 모른다는 점. 숲뿌리 해파리 염장 가공은 중국 현지 기술자가 전남 어촌계에 직접 와서 하고 있다. 어민들은 물론이고 전남도도 가공된 숲뿌리 해파리가 중국 현지에서 얼마에 판매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정 당국도 정확한 포획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어민 김모 씨(48)는 “내년 여름에는 전남 서해안에서 숲뿌리 해파리 포획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며 “전남도 등이 정확한 실태조사를 해 어획량을 늘리고 가공공장을 확보해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숲뿌리 해파리 이외에 노무라입깃해파리 등 해파리가 중국 수출 전략식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여수시는 올여름 어민 10여 명에게 해파리 가공공장을 소개해 달라는 문의전화를 받았다. 이후 여수시 돌산읍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각종 해파리를 가공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가격은 숲뿌리 해파리의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는 내년에 수산물 가공사업체 1곳을 선정해 7000만 원을 지원하는 해파리 수매·가공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여수시 관계자는 “해파리를 잘 가공해 상품성을 갖추면 중국 수출 효자상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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