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늦춘 시한폭탄… “2015년 봄이 더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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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재원 갈등]
시도교육감, 누리과정 예산 2, 3개월치 편성 의견 모았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부모와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6일 2, 3개월분의 예산을 긴급 편성하기로 하면서 내년 1월부터 보육료 지원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내년 3월 이후 언제든지 보육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년에 만 3∼5세가 되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만 0∼5세 아이를 둔 부모들은 매월 약 30만 원의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다. 특별활동비, 체험실습비 등의 추가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료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셈. 하지만 보육료 지원이 끊기면 각 가정은 30만 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30개월 아들과 10개월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송모 씨는 “보육료 지원이 끊길 경우 자녀 두 명을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특별활동비까지 매월 80만∼90만 원이 들 텐데 너무 부담스럽다”며 “자녀를 맡길 수 없는 엄마들은 직장을 그만두라는 거냐”라고 말했다.

전업주부들의 경우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것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 시도교육청 부담인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할 거라면 정부가 주는 양육수당(3∼5세 10만 원)이라도 받겠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28개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정모 씨는 “남편 월급 약 180만 원으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보육료 지원이 없어지면 아들을 더이상 어린이집에 보내기 어렵다”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다가 못 가게 되면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자녀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만 3∼5세 자녀를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에 보낼 경우 안정적으로 보육료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는 안모 씨는 “최근 3일 동안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는 문제에 대해 묻는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며 “하지만 유치원 수요가 한정돼 있어 옮기는 인원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동요가 커지면서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경기 구리시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원생이 줄어들 수도 있어 화장실 수리 같은 투자를 보류했다”며 “원생이 10% 이상 감소하면 보육교사를 1명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은혜 한국보육실천어린이집연합회장은 “누리과정 보육료가 지원되는지에 부모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누리과정은 국가가 교육과정을 통폐합하기 위해 국민에게 한 약속인데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지방채 발행 등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로서는 보육료가 끊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최지연 기자
#누리과정#교육감#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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