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안타’ 서건창은 언제 터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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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타율 0.125로 이름값 못해
“상대 견제 심해… 다음 타자엔 기회”

삼성 나바로(27)가 이틀 연속 홈런포로 한국시리즈를 수놓을 때 한쪽에는 ‘고개 숙인’ 선수가 있었다. 넥센의 톱타자 서건창(25·사진)이다.

서건창은 한국시리즈 1, 2차전 8타수에 3루타 1개를 때린 게 전부다. 타율 0.125로 타격왕 타이틀이 무색하다. 출루율은 0.222. 나바로의 타율 0.500, 출루율 0.556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서건창의 타율은 0.188(16타수 3안타)에 그쳤던 LG와의 플레이오프 때보다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상승세의 물꼬를 터주는 톱타자가 중요하다. 서건창과 나바로는 정규시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1번 타자였다. 빠른 발의 전형적인 1번 서건창과 장타력을 갖춘 신개념 1번 나바로에게 양 팀이 거는 기대는 컸다.

정규시즌 기록만 보면 서건창의 활약이 더 눈부셨다.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01안타를 때렸고 타격왕(타율 0.370) 득점왕(135점) 등 타이틀을 석권했다. 한국시리즈 직전 넥센 염경엽 감독(46)은 “우리 타선 1번은 부동”이라며 그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방망이는 포스트시즌 내내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허문회 넥센 타격코치(42)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건창이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를 짊어지면서 나름대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 1, 2차전 서건창은 상대 투수로부터 각각 20개, 22개의 공을 뽑아냈다. 타석에 설 때마다 평균 4.7개의 공을 자신의 몫으로 해결한 셈이다.

허 코치는 “플레이오프 때도 서건창에게 견제가 몰리면서 뒤 타순의 유한준과 김민성이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타, 출루와는 다른 방식으로 선취점을 뽑기 위한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남은 경기에서 서건창에 대한 견제가 느슨해지는 순간 언제라도 다시 그의 방망이가 터질 수 있다는 게 허 코치의 생각이다.

이번 가을야구에선 ‘선취점=승리’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톱타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바로의 ‘화끈한’ 방망이가 웃을지, 서건창의 ‘조용한’ 방망이가 웃을지는 시리즈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201안타#서건창#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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