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따르거나, 원작과 다르거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5일 06시 55분


미생. ‘원작 싱크로율’을 기준으로 드라마의 성패를 판단하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연기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그래도 여전히 정답은 연기력이다. 사진제공|tvN
미생. ‘원작 싱크로율’을 기준으로 드라마의 성패를 판단하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연기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그래도 여전히 정답은 연기력이다. 사진제공|tvN
■ 연기자들의 딜레마

최근 웹툰·소설 원작 드라마 대세
원작을 따르면, 창의성 부족 비난
원작과 다르면, 캐릭터 훼손 비난
심은경 혹평·임시완 호평 극과극


소설이나 만화, 웹툰 등 원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원작을 사랑한 이들이 많다는, 그래서 높은 인지도와 폭넓은 대중성을 기반 삼아 또 다른 인기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그 성과와 흥행은 제각각. 원작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 최우선과제로 제기된다. 그래서 연기자 입장에서는 원작을 그대로 따르느냐, 다르게 표현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 “원작? 보거나 혹은 안 보거나”

원작을 밑바탕 삼은 드라마는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와 케이블채널 tvN ‘미생’, ‘라이어 게임’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3일 첫 방송하는 OCN ‘닥터 프로스트’는 동명의 웹툰을, 내년 방송 예정인 SBS ‘하이드 지킬, 나’ 역시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 씨’,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동명의 소설을 각각 원작으로 한다.

‘내일도 칸타빌레’의 심은경은 원작인 일본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는 물론 드라마의 주인공 우에노 주리를 직접 만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미생’의 임시완은 원작의 윤태호 작가로부터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캐릭터를 분석해 촬영에 들어갔다. ‘닥터 프로스트’의 송창의도 캐릭터의 느낌을 파악하기 위해 원작의 일부를 참고하고 있다.

반면 ‘라이어 게임’의 이상윤은 원래 원작의 팬이어서 출연 제의를 받기 전부터 일본만화를 봤다. 이상윤 측 관계자는 “드라마가 원작의 내용보다 많이 각색돼 원작보다는 드라마 대본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라이어게임’. 사진|만화 라이어게임 표지 캡처·tvN
‘라이어게임’. 사진|만화 라이어게임 표지 캡처·tvN

● “나만의 색깔을 찾아라”


대부분의 연기자가 촬영 전 드라마의 원작을 참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캐릭터를 어떻게 재해석해 화면 속에 구현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심은경은 원작과 비교당하며 매번 뭇매를 맞는다. 임시완은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는 호평 속에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내일도 칸타빌레’. 사진|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표지 캡쳐·KBS
‘노다메 칸타빌레’·‘내일도 칸타빌레’. 사진|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표지 캡쳐·KBS


어떤 측면에서 심은경은 ‘피해자’다. 원작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마니아층이 두텁고 그 때문에 당연히 리메이크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심지어 캐스팅에 대해서도 원작 팬들의 ‘입김’이 거셌던 상황을 고려하면 심은경에 대한 혹평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원작 속 캐릭터 등과 얼마나 닮았느냐를 따져보는 ‘싱크로율’이 연기력 평가의 기준이 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연기자들에게 고충은 있기 마련. 한 연기자 측은 “원작에 대한 ‘팬심’이 워낙 강해 드라마나 연기에 대한 기대보다는 ‘얼마나 원작을 잘 표현하느냐 두고 보자’는 부정적 선입견의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렇다고 원작 속 캐릭터를 그대로 따를 수도 없다.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연출자와 작가가 가능한 선에서 원작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놓는 것이 우선이다”면서 “그 다음 연기자가 원작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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