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구제, 교육부만 쳐다보는 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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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편입 허용때 학점은? 휴학생은?… 가이드라인 없어 고민

교육부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 학생 구제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각 대학들은 피해 학생들을 어떻게 입학시킬지 고민 중이다. 일단 각 대학들은 “복잡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살펴보고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학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다른 학교에 다니던 피해 학생을 입학시킬 경우 전 대학에서 받은 학점과 학기 등을 어떻게 산정할지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우선 대학마다 학점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 학점을 환산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대부분 대학이 4.5점 만점이지만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은 4.3점 만점 체계이며 A, B, C학점 간 구간도 다르다.

휴학생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이다. 전 대학에서 1학년을 모두 다니지 않고 한 학기만 다니다 휴학하거나, 아예 입학 뒤에 바로 휴학을 한 경우에는 새로 입학한 대학에서 어느 학기에 입학시킬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존 학교에서 해외 교환학생 등을 다녀왔다면 그 기간 취득한 학점을 새 대학에서 인정할지도 어려운 문제다.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온 학생을 2학년으로 인정할 경우, 휴학생은 어떻게 할지, 학점은 어떻게 반영할지 등에 대해 교육부가 지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때까지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같은 수능 오류 사태를 막기 위해서 수능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수능, 대입 전형 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3 학생들은 대입 전형 때 수시전형에 6번, 정시전형에 3번 응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면접과 논술고사, 수능도 치러야 한다. 11월 수능이 치러지고 12월 결과가 발표되면 약 2주 뒤부터 대학들은 정시모집 전형을 시작한다. 사실상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오류를 발견해 바로잡을 시간은 2주밖에 없는 셈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결과 발표와 대입 전형 시작 사이에 문제를 검토하고 바로잡을 시간적 여유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중고교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잦은 개편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나 기조에 따라 교육과정이 바뀌고 교과서 내용도 변하면서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 수능 전에 교과서의 오류를 전면 검토하고 각 학교에 정오표를 내려보내 수험생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능 출제 과정에 참여하는 교수와 전문가들이 평가원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문항 검토와 수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현석 lhs@donga.com·이은택 기자
#수능 구제#교육부#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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