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채권 돌려막기 미스터리… 모뉴엘 ‘삼각 커넥션’ 드러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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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7일 10개 은행 긴급검사

최근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각종 의혹을 낳고 있는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거래은행들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일제검사에 착수한다. 은행권 대출 규모가 6700억 원대로 큰 데다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꼽히던 업체가 갑자기 몰락하며 큰 파장을 낳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대출심사 과정부터 대출자금 흐름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모뉴엘이 수출서류를 조작하고 부풀린 매출채권을 통해 대출을 일으켰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대출해준 은행이나 채권을 보증해준 무역보험공사 등은 사전에 이를 눈치 채지 못해 한국의 수출금융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7일부터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외환은행 국민은행 등 모뉴엘 거래은행 10곳에 검사역을 파견해 대출 관련 긴급검사를 실시한다.

금감원이 파악한 10개 은행의 모뉴엘 여신 규모는 9월 말 현재 총 6768억 원이다. 이 중 담보대출이 3860억 원, 신용대출은 2908억 원으로 모뉴엘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대규모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담보대출 3860억 원은 일부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외하고 3200억 원 정도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수출로 대부분의 매출을 내는 모뉴엘은 그동안 해외 수입업체나 국내 총판업체에 제품을 넘기면서 현금 대신 매출채권(수출채권·수출환어음)으로 결제대금을 받았다. 모뉴엘은 이 매출채권을 은행에 할인 매각해 자금을 융통해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담보를 요구했고,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실적증명서, 현금입출금명세서 등을 근거로 보증서(선적후신용보증)를 발급해줬다.

하지만 관세청 조사 결과 모뉴엘은 현지 수입업체와 짜고 실제보다 더 많은 수출이 이뤄진 것처럼 신용장 등 수출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이를 근거로 매출채권을 발행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매출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른 ‘가공(架空)매출’을 일으켜 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모두 ‘서류’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해줬다는 점이다. 은행이 발급한 수출입 관련 서류만 보고 보증서를 내준 무역보험공사나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만 믿고 돈을 빌려준 은행 모두 부실 대출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대출이 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모뉴엘은 홍콩 등 제3국에서 제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것도 많기 때문에 은행이 직접 컨테이너를 열어 실물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무엇을 수출했는지 서류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서류상 문제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삼성전자 출신인 박홍석 대표가 2007년에 전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영업과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2010년 매출액 2953억 원, 영업이익 251억 원이던 회사 실적은 지난해 매출 1조2737억 원, 영업이익 1104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박 대표는 또 조세회피 지역인 마셜 제도의 명예영사로 임명돼 PC를 기증하는 등의 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마셜 제도에 계좌 등을 개설해 모뉴엘의 회사 자금 중 일부를 해외로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매출채권 ::

거래처에 납품하면서 나중에 돈을 받기로 하고 현금 대신 채권을 받는 일종의 외상 거래.

정임수 imsoo@donga.com·이세형 기자
#모뉴엘#수출금융#매출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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