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미국인 신랑, 대구향교서 맞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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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결혼 안돈씨 전통혼례식
“과정 꼼꼼해 흥미… 평생 못잊을 것”

미국인 신랑 토도로프 안돈 씨(오른쪽)와 신부 이정호 씨가 25일 대구향교에서 전통혼례를 치른 후 주례자 김원중 포스텍 명예교수(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미국인 신랑 토도로프 안돈 씨(오른쪽)와 신부 이정호 씨가 25일 대구향교에서 전통혼례를 치른 후 주례자 김원중 포스텍 명예교수(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5일 낮 12시 대구향교에서 이색적인 전통 혼례가 열렸다. 주인공은 신랑 토도로프 안돈 씨(30)와 신부 이정호 씨(32). 미국인 신랑은 “결혼식을 한국 전통혼례로 하고 싶다”며 뉴욕에서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사위의 마음에 장인 이상배 대구서예가협회장(78)은 한국식 이름을 선물했다. 그의 성과 발음이 같은 안돈(安敦·모든 일을 편안히 하고 정이 많고 깊은 인물이 되라는 뜻)으로 정해 청첩장을 돌렸다. 전통혼례에 대해 안돈 씨는 “혼례를 행하는 과정이 꼼꼼해 매우 흥미로웠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1년여 전 뉴욕의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뒤 친해졌다. 이 씨는 KAIST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미국 씨티그룹에서 일한다. 안돈 씨는 불가리아 출신 부모를 따라 초등학생 때 미국에 정착했고 현재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한다. 이 씨는 “남편이 한류 문화를 좋아하는 것도 가까워지는 계기였다. 다음 주까지 경주 불국사 등 유적지를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혼례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신부 아버지인 이 회장과 주례를 맡은 김원중 포스텍 명예교수와의 인연 때문. 동갑인 이들은 영남대 국문학과 동문이다. 김 교수가 1986년 이 회장의 맏딸 결혼식 주례를 시작으로 이날 막내딸까지 6남매의 주례를 섰다. 이 회장은 “오랜 친구가 막내딸 주례를 한 데다 사위가 전통 혼례를 고집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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