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상융]다음카카오는 범죄자를 돕겠다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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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전 평택경찰서장
박상융 변호사·전 평택경찰서장
현직에서 일할 때 범죄 피의자(피내사자 포함)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통신 수사와 관련한 영장 신청과 발부 과정이 좀 허술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수사관들이 영장을 신청할 때 직속상관인 과장, 경찰서장의 결재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상 얼마나 필요한지가 제대로 심사되지 않고 형식적인 결재가 이뤄지는 식이다. 경찰서장과 지검장 결재도 형식적으로 전자서명만 한다.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이 면밀한 검토를 하는 것도 아니다. 경찰이 적시한 내용을 대부분 형식적으로 판단하고 관행적으로 발부한다.

통신회사도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법무팀 직원이 수사기관의 전화 자료 요청에 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동안 내준 자료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대장에 기록은 했는지,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철저히 했는지 따져야 한다.

날로 광역, 첨단, 지능화되어가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통신 수사’는 불가피하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테러에 대한 우려까지 있는 우리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통신 수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수사력의 질을 담보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이버 사찰’ 문제가 통신기록 수사 자체에 대한 시비로 번지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는 40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한 해 수사기관이 요청한 영장집행이 86건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중대 범죄와 관련된 극소수 이용자에 한정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법원이 발부해 준 영장도 다음카카오에 요청한 것을 포함해 161건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과 관련된 영장이 124건이었고 나머지는 성폭행 뇌물 등 특수 강력사건 관련이었다. 특히 국보법 위반 사건이 많은 것은 그만큼 공안사범들이 카톡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번 ‘사이버 사찰’ 논란으로 수사기관의 통신 수사 자체가 위축되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현장에서는 아우성이다.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실시간 문자메시지 감청을 기술적으로 할 수가 없다고 말한 대목도 문제가 된다. 수사의 취약점을 범죄조직에 그대로 노출시킨 결과를 빚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다음카카오는 메시지 서버 저장 기간을 기존 5일에서 2∼3일로 단축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원천적으로 통신 수사를 할 수 없게 하는 행위이다. 영장 신청에서부터 발부까지 보통 이틀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음카카오의 행동은 범죄자들만 도와주는 꼴이 된다.

사실 수사기관의 통신 수사보다는 사설 기관들의 불법 도·감청이 더 큰 문제다. 심부름센터 등 사설업자들을 대상으로 밀수입되거나 불법 제조되는 도청장비가 버젓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은 더 심각하다.

어떻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수사기관, 법원, 기업의 각성도 있어야겠지만 범죄수사도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과거 휴대전화 통화 내용 감청 논란이 일자 감사원 특별감사가 있었고 그 결과에 따라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통신비밀보호법도 개정하고 통신 사실 확인 자료를 요청할 때는 지검장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아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정보에 대해서는 감독 사각지대다. 수사기관, 통신회사, 이를 관리 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전면 감사를 벌여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박상융 변호사·전 평택경찰서장
#다음카카오#개인정보보호#사이버 사찰#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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