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하수구 살리기 나선 40대 애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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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찬씨 “수돗물 오염 원인” 담배꽁초 투기 금지 캠페인

‘전국 하수구 살리기 운동본부’ 대표 서동찬 씨가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도로변에 위치한 빗물받이위에 담배꽁초 투기 방지 문구가 쓰여 있는 계몽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국 하수구 살리기 운동본부’ 대표 서동찬 씨가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도로변에 위치한 빗물받이위에 담배꽁초 투기 방지 문구가 쓰여 있는 계몽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아저씨! 담배꽁초 함부로 던지지 마시고 이리 주세요.”

25년 이상 담배를 피워 온 애연가 서동찬 씨(49)는 요즘 서울시내 곳곳의 야외 흡연 장소를 돌아다닌다.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도로변 빗물받이(하수구)에 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빗물받이는 도심에서 빗물을 빼는 중요 수방시설 중 하나다. 서 씨는 흡연자가 준 담배꽁초를 자신이 가져온 봉투에 조용히 담은 뒤 가방에서 포스터를 꺼내 빗물받이 위에 부착한다. 포스터에는 ‘깨끗한 수돗물을 위하여! 담배꽁초 하수구 투척 이젠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서 씨는 올해 8월부터 지인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전국 하수구 살리기 운동본부’를 만들고 ‘담배꽁초 빗물받이 투기 방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주일에 4회 정도 거리로 나서는 그는 하루 평균 30장의 계몽 포스터를 부착하는 한편 휴지통이 없는 흡연 장소 인근 가로수에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떨이를 매달고 있다.

그는 “나도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린 적이 있지만 10여 년 전 담배꽁초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 ‘투기 습관’을 없애고자 개인적 차원의 노력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하수구 악취 △우천 시 배수 방해 △식수원 오염의 주범이 된다. 서 씨는 밀봉 가능한 봉투나 커피믹스 포장지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다 피우고 난 담배꽁초를 담아 간다. 그는 “담배꽁초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흡연자들이 투기에 따른 유해성을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서울시의 조사 결과 그해 상반기에 빗물받이에서 수거된 담배꽁초 등 쓰레기 양은 1만289m³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용 컨테이너(4×6×2m) 215개를 가득 채울 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빗물받이 정비는 꾸준히 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쓰레기 양 집계를 한 적은 없지만 직접 청소를 해보면 담배꽁초 양이 절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50만여 개의 빗물받이를 청소하는 데는 연간 30억 원이 소모되고 있다. 서 씨는 “담배꽁초 투기만 막아도 한 해 수십억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서동찬#담배꽁초#빗물받이#하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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