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역사 入社시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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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올 하반기 입사(入社) 시험에 또 까다로운 역사 에세이를 출제했다. ‘로마제국과 몽골제국의 부흥 사례가 현대차에 시사하는 글로벌 전략 방향’과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선시대 인물과 그 이유’라는 문제다. 명색이 신문사 논설위원인 나도 답하기 만만치 않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이 가는 곳마다 현지 문화 포용정책으로 성공한 제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겠다. 두 번째 문제는 광해군처럼 군(君)으로 격하된 왕의 현실주의적 외교를 재평가 사례로 들어볼 수 있겠다.

▷그제 삼성 입사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도 난도가 높은 역사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개화기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을 고르시오’ ‘급진개화파 김옥균과 온건개화파 김홍집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같은 문제다. 삼성이 점점 더 이공계 출신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런 문제는 이공계는 말할 것도 없고 문과 출신도 풀기가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문과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요새 회사 신입사원 중에는 “논개가 여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최근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역사를 모른다는 얘기다. 현재 고교 1학년 이하로는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이 돼 역사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이들 입사하고 싶어 하는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서 입사시험에 역사를 출제하면 역사를 배우지 않고 대학에 들어간 현재의 대학생들도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당수 대기업이 최근 1, 2년 사이 입사시험에 역사 문항을 앞다퉈 도입했다. 대기업 회사원이 역사적 안목까지 갖추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이런 추세가 수능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도입한 박근혜 정권의 구미에 맞추려고 몇 년간 하다 마는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삼성은 내년 하반기부터 SSAT를 폐지하고 서류전형을 도입한다니 역사 문제가 나오는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다. 현대차가 역사 에세이 문제를 박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계속 내는지 지켜볼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현대자동차#입사 시험#역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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