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유엔대표부 자체 인권결의안 입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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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제 국제재판 회부에 반대” 김정은 제소 저지 충성외교 공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자성남 대사 명의로 6일 각국 유엔대표부에 보낸 인권 관련 북한의 자체 결의안 발의 예고 서한.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자성남 대사 명의로 6일 각국 유엔대표부에 보낸 인권 관련 북한의 자체 결의안 발의 예고 서한.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자국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을 만들어 유엔총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전 배포한 결의안 개요에서 “특정 국가의 인권상황을 문제 삼는 유엔인권이사회(HRC)의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강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11일(현지 시간) 단독 입수한 A4용지 2쪽짜리 결의안 개요는 “HRC의 보편적 정례검토(UPR) 작업이 협력과 건설적 대화를 기반으로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인권 분야에 국제형사재판소(ICC) 체제를 끌어들이는 모든 시도를 비난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북 유엔대표부가 자성남 대사 명의로 6일 각국 유엔대표부에 보낸 서한에 첨부된 결의안 개요는 최근 유엔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활발한 인권 대응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의 노림수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최고지도부의 ICC 피소를 막기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

이수용 외무상의 유엔 방문과 총회 연설(9월 27일), 내외신 기자들에 대한 사상 첫 인권 설명회 개최(10월 7일) 등을 통해 북한이 인권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ICC 제소를 막으려는 ‘충성외교’인 셈이다. ‘최고 존엄’으로 신격화된 김정은이 ICC에 제소되는 것은 북한이 헌법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일사상 10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결의안 개요에서 “북한이 올해 5월 UPR의 2차 실무그룹에 참여하고 대부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거나 주의를 기울인 것에 HRC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에 주목한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18일 “북한이 주요 권고안들을 대부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UPR 실무그룹은 북한에 286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83개 권고안은 즉각 거부하고 나머지 185개 권고안에는 검토 의견을 냈다. 이후 113개를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것들이며 정작 중요한 △사형집행 자료 공개 △구금시설 공개 △식량시장 개혁 수용 등 10개는 거부했다.

북한의 결의안 개요에는 또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취한 긍정적인 조치들이 남북한 간에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여기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란 이달 4일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최고위급 인사 3인의 인천 아시아경기 폐회식 참석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10일 북한군의 대북 전단 총격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아울러 결의안 개요는 자국의 인권개선 노력을 자화자찬하면서 “인권문제는 각국의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째 내려오는 김씨 일가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주민 인권 유린을 ‘체제 특수성’이라는 미명 아래 눈감아 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유엔 북한대표부#인권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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