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똑똑한 기계들의 시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제2의 기계 시대/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지음/이한음 옮김/384쪽·1만5000원·청림출판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창의력과 감성 키워라”

사진처럼 로봇은 인간을 점차 닮아간다. 이 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마저 로봇이 대체하는 ‘제2의 기계 시대’를 예측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제시한다. 청림출판 제공
사진처럼 로봇은 인간을 점차 닮아간다. 이 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마저 로봇이 대체하는 ‘제2의 기계 시대’를 예측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제시한다. 청림출판 제공
영국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980년)에는 ‘바벨 피시’라는 기괴한 생물이 등장한다. 이 생물을 사람의 귀에 넣으면 그 어떤 언어라도 알아들을 수 있다. 이른바 전천후 통역기인 셈인데, 디지털 기술의 가파른 발전은 30여 년 전 꿈이라 여겼던 ‘바벨 피시’를 조만간 실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IBM은 번역 서비스 회사와 손잡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고객과 제품 수리 기사의 대화를 즉시 번역해주는 온라인 앱을 개발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앱 이용자의 90%가 ‘사업에 활용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1750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제2의 기계 혁명이 바야흐로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는 수많은 업체를 1년간 직접 찾아다닌 뒤 ‘제2의 기계 시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봇, 무인자동차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기계들이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일들을 척척 해내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

2011년 미국의 유명한 퀴즈쇼 ‘제퍼디’에선 인간 대신 슈퍼컴퓨터 ‘왓슨’이 출연했다. ‘왓슨’과 대결한 상대는 제퍼디에서 74연승을 거둔 최고 실력의 보유자였다. 슈퍼컴퓨터가 얼마나 복잡한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이 대결은 ‘왓슨’의 완승으로 끝났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분명 국내총생산(GDP)의 성장 등 풍요를 불러오지만 소득 격차의 확대와 승자 독식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가져온다. 구글이 실험 중인 무인자동차가 본격화되면 수많은 운전사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세법이 복잡한 미국에서 인기 있는 세금 소프트웨어 ‘터보택스’는 세무사를 실직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터보택스를 만든 사람은 억만장자가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공학자와 설계자가 수익을 독식하게 만든다. 이런 독식에는 과거처럼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 인기 웹사이트나 프로그램 개발자는 단번에 수백만 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일단 한번 만들면 복제 또는 재생산하는 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자본주의의 폐해나 사회 분배 시스템의 문제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이로운 기술 발전의 물결처럼 흐를 제2의 기계 시대에 어떻게 사회적 격차라는 부작용을 없애며 번영을 이뤄낼 것인가.

이 책은 다양한 세금과 복지 정책도 제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아직도 기계보다 우위에 있는 장점들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내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틀 짜기, 적절한 의사소통 등이 그것이다. 특히 제2의 기계 시대엔 제1의 기계 시대에 유용했던 암기나 셈하기 위주의 교육을 버리고 인간의 감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1의 기계 시대가 물질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면 제2의 기계 시대에는 인간의 창의력을 해방시킬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제2의 기계 시대#기계 혁명#디지털 기술 발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