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의 고민, 씨 마르는 토종거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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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위세에 공격수 설 자리 좁아져
대학 장신들 라이트 기피 점점 심해
여자는 외국인 선발 방식 바꾸기로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농구가 외국인 선수 논란으로 시끄럽다. 동메달에 그친 남자 배구 역시 외국인 선수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코트에 설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러자 모처럼 프로농구가 인기 몰이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춰졌는데 이사회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외국인 선수 득세로 토종 스타 선수가 크지 못하면 리그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배구도 몇 년째 비슷한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몰방(沒放) 배구가 심해지면서 대형 신인 선수들의 씨가 마른 것. 특히 외국인 선수가 독점하고 있는 라이트 포지션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현재 대학 팀 라이트 선수들을 보면 한양대 정병선이 193cm로 가장 크고, 경기대 정동근이 192cm로 다음이다. 전성기 때 라이트로 뛰었던 한국전력의 후인정이 200cm, 삼성화재의 박철우가 198cm라는 점을 감안하면 라이트 선수들의 ‘사이즈’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라이트 출신인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도 200cm다.

한 배구 관계자는 “현재 대학의 라이트 선수들은 키가 작아 센터로 전향하기도 쉽지 않다. 주 공격수 자리인 라이트가 키 큰 선수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이 돼버린 것”이라며 “여자 배구도 김연경(페네르바흐체)이 없었다면 태국한테도 밀리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역시 외국인 선수 니콜에 의존하는 도로공사를 ‘니콜공사’라고 부르는 팬들이 있을 만큼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일단 2015∼2016시즌부터 여자부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으로 뽑아 국내 선수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소속 대학 졸업자 중 해외 프로 리그에서 3년 이하로 뛴 선수만 트라이아웃에 나설 수 있다.

장경민 KOVO 경기운영팀 과장은 “남자부 트라이아웃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며 “여자부 실행 결과를 보고 나중에 논의하기로 한 상태”라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외국인 선수#프로배구#트라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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