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사옥 1층에 대형 ‘부채시계’ 내건 LH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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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부 드러내야 상처 빨리 아물어”

홍수영·경제부
홍수영·경제부
“전사적인 부채 감축 노력은 환영할 일이지만 부채를 감축하더라도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공적 기능을 훼손해서는 안 돼요.”(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

“국민임대주택 사업 등 정부의 정책기능을 수행하면서 생긴 부채는 정부에 근본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요청해야 합니다.”(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는 ‘부채 공룡’이라는 오명을 쓴 LH의 부채 문제가 단연 화두였다. 부채 감축을 비롯한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여서 여야가 공격과 수비를 하기 좋은 이슈이기도 하다.

10월 현재 LH의 부채 규모는 138조 원으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부채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여야 의원들마다 제각각이었지만 공감하는 대목은 있었다. LH 부채의 적지 않은 부분이 국민임대주택 등 정책사업으로 발생한 ‘착한 부채’라는 점이다. LH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섰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LH의 허리띠 졸라매기 노력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LH 사옥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대형 디지털 전광판(사진)이다. 실시간 금융부채 규모를 알려주는 ‘LH 부채시계’다. 미국이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해 1989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한 것을 본떴다. “치부를 드러내 심각한 부채 문제를 빨리 해결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임직원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접하는 사내 포털 메인화면에도 이 부채시계를 그대로 띄워놓았다.

처음에는 사기만 떨어뜨린다며 반발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부채가 감소세를 보이자 반응이 달라졌다. 한 직원은 “부채시계에 내걸린 숫자를 보면서 어서 100조 원 아래로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의를 불태우게 된다”고 말했다. ‘보유 토지 판매목표관리제’가 도입돼 지역본부장은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자구노력의 결과로 9일 현재 LH의 금융부채는 100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 원 이상 줄었다. 2009년 10월 한국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LH로 출범한 이후 늘어나기만 하던 금융부채가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의 빚 줄이기가 체질 개선보다는 ‘실적 채우기’, ‘정권 눈치보기’ 차원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더라도 치부를 드러내서라도 ‘썩은 살’을 도려내려는 공기업의 자구노력은 칭찬받을 일이다.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홍수영·경제부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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