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무대… TV엔 안나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17년만에 뭉친 ‘마법의 성’ 듀오 ‘더 클래식’의 김광진-박용준

《 ‘자유롭게 저 하늘을/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라 노래하는 ‘마법의 성’은 전설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전래동요가 아니다.
1994년에 태어난 이 노래가 스무 살이 됐고 당시 스물다섯, 서른 살이던 노래의 부모, 김광진(50)과 박용준(45)은 중년이 됐다.
싱어송라이터 듀오 ‘더 클래식’을 7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997년 3집(‘해피 아워’)을 내고 흩어졌던 둘이 다시 뭉쳤다고 했다.
이들은 13일 디스코부터 포크까지 다양한 색채를 5개의 신곡에 담은 미니앨범 ‘메모리 앤드 어 스텝’을 낸다. 17년 만의 귀환이다. 》      
        

7일 만난 싱어송라이터 듀오 ‘더 클래식’의 김광진(왼쪽)과 박용준은 “1990년대식 감성이란 일부러 복기할 필요도 없는, 우리 맘속에 있는 변치 않는 뭔가”라고 했다. 캐슬뮤직 제공
7일 만난 싱어송라이터 듀오 ‘더 클래식’의 김광진(왼쪽)과 박용준은 “1990년대식 감성이란 일부러 복기할 필요도 없는, 우리 맘속에 있는 변치 않는 뭔가”라고 했다. 캐슬뮤직 제공
김광진은 “2008년부터 재결합을 원했지만 뜻이 모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광진은 한때 가수 일과 병행했던 여의도 생활(펀드매니저 일)을 재작년에 관두고 음악에 다시 투신했다. 더 클래식 재결합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각자의 길을 걷는 동안 박용준은 조동진부터 아이유까지 다양한 가수의 음반에 편곡자, 건반연주자로 참여했고 ‘과속스캔들’ ‘오감도’ 영화 음악도 만들었다. 김광진은 솔로 가수로 ‘편지’ ‘동경소녀’를 히트시켰고 펀드매니저, 라디오 DJ로도 활약했다.

지난달 말 디지털 음원으로 공개한 두 신곡 ‘우리에겐’과 ‘종이피아노’는 더 클래식의 감성이 놀랍도록 여전한 발라드다. ‘우리에겐’은 김광진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작은 마을 친퀘테레의 앞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린 노래다. “그 아름다운 바다를 향해 첫사랑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그에게 ‘아직도 널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다는 생각에 마법처럼 사로잡혔어요.” ‘편지’도 작사했던 아내 허승경 씨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같이 와야 했다고/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노랫말을 덤덤히 지어줬다. 김광진은 아내에게 감사하며 “늘 노래를 만들어내는 건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란 동화 말고 그리움과 아쉬움”이라고 했다.

더 클래식은 요즘 재조명되는 1990년대의 노른자위(1994∼1997년)에 있었다. ‘마법의 성’ ‘여우야’(2집·1995년)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멜로디, 고급스러운 편곡, 맑은 서정은 윤상, 토이, 이승환, 015B와 한 세계를 공유했다. 90년대 가요를 관통하는 특질을 두 사람은 자각할까. 김광진은 “그땐 싱어송라이터가 많았고 각자의 색깔을 어떤 음악적 방식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모두들 집중했다”고 했다. “사람 맘을 움직이는 진솔한 가사와 멜로디도 중요했죠. 요즘 음악은 뭔가를 너무 빠른 시간 안에 주려고 해요.” 새 앨범엔 ‘느린’이란 연주곡도 있다. 박용준은 “드라이브할 때와 산책할 때 각각 보이는 하늘과 나무는 서로 다르다”며 웃었다.

한때 유명 펀드매니저였던 김광진에게 ‘삶과 음악은 펀드처럼 예측할 수 없더냐’고 물었다. “펀드매니저엔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트렌드를 잘 예측해 ‘성장주’에 투자하는 이, 저평가된 ‘가치주’를 산 뒤 묵묵히 기다리는 이. 전 후자였죠.”

‘더 클래식’은 “유행가 말고 고전(古典)을 만들자”는 20대 청년들의 포부를 담은 작명이었다. 다음 달 15,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재결합 공연(7만7000∼8만8000원·02-6261-6337)을 여는 둘은 “TV엔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라디오와 공연만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내년엔 정규앨범을 내겠다고 했다.

가치주의 반격이 시작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마법의 성#김광진#박용준#메모리 앤드 어 스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