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역도연맹 임원이 전국체전 납품 독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7일 06시 40분


장비 생산·수입 업체 운영해 10년간 특혜
대한역도연맹도 규정 바꿔가며 독점 도와

수천만 원 상당의 선수 후원 물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자역도대표팀 김 모 감독은 경기도체육회 소속이다. 그가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역도의 병폐 중 하나인 파벌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김 감독은 역도계의 실력자인 경기도역도연맹 장 모 전무이사의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장 전무는 1992년 창업한 역도장비 전문 생산·수입업체 A사를 운영하고 있다. A사는 2013년을 제외한 최근 10년간 전국체전 납품을 사실상 독점했다.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현직 임원이 역도장비업체를 운영하다보니 많은 특혜들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른 경쟁업체들은 도태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 대한역도연맹, 지난 연말 공인위원회 규정 바꾼 이유는?

문제는 대한역도연맹이 규정까지 바꾸며 A사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이다. 대한역도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선 대한역도연맹 공인위원회가 심의·검정한 제품만 쓸 수 있다. A사는 2013년 전국체전에 역도장비를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데 실패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생업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일이 발생한 이후인 2013년 12월 개정된 공인위원회 규정에는 A사가 심의·검정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 눈에 띈다.

17조(공인심의검정)를 살펴보면, ‘5)11조 5항(워밍업대)에 대하여 위원회는 5개 이상의 단체(국가대표팀, 실업팀, 대학부, 고등부, 중등부)에 5대 이상(각 팀별)의 제품을 6개월 이상 시험사용토록 하고, 사용한 단체(팀)의 감독 또는 지도자의 평가를 심의하며 80점 이상을 득한 제품, 또는 최근 10년간 대한역도연맹이 주최, 주관하는 대회에서 6회 이상 사용하여 경기 진행에 이상이 없는 제품을 공인한다’는 부분이 새롭게 추가됐다.

● 연맹 임원 소유 회사의 독점…장비 단가 거품은 지자체에 전가

5개 이상의 단체에 팀별로 5대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려면 최소 25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연간 워밍업대를 구매하는 수요는 1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체전 등에서 구매한 제품을 보통 5∼10년간 쓰기 때문이다. 만약 대한역도연맹 규정대로 준비하려면 적어도 25대의 제품을 무상공급한 뒤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 ‘10년간 연맹 주최 대회에 6회 이상 사용’이라는 조항 역시 후발업체는 사실상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 경기도역도연맹 임원이 운영하는 회사가 배를 불릴 수 있는 구조가 재생산되는 것이다.

7명으로 구성된 공인위원회 위원 중 4명이 경기도 산하 팀의 지도자라는 점 역시 공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 모든 과정을 감시해야 할 대한역도연맹의 감사는 현재 경기도역도연맹 장 모 전무이사가 맡고 있다. 제대로 된 견제·감시 기능이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독점구조가 유지될 경우 역도장비의 단가는 높아지고, 그 비용은 그대로 지자체 등의 재정에 전가된다. 장 전무는 “대한역도연맹 감사는 시도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다. 난 공인위원회에 누가 들어가는지도 잘 모른다. 가격 부분은 품질을 위해 원가를 아끼지 않아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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