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년 만에 떨어진 포스코 신용등급 누구 때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국내 신용평가회사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AAA 등급을 줬던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이 포스코에 매기는 신용등급은 훨씬 짜다. 국내보다 7∼8단계 아래다. 무디스는 Baa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BBB+, 피치는 BBB로 평가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기업에 점수를 후하게 준 측면도 없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한국기업평가의 이번 조정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철강시장 둔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포스코의 수익성이 낮아져 등급을 낮췄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한국신용평가도 “대규모 투자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으나 투자효과 창출이 지연돼 재무안전성 회복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부진 속에서도 공장 증설과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외형 확장에 몰두한 바람에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배경으로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 리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민영화한 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의 전리품으로 여겨졌다. 정권 핵심 실세들이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간여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선 ‘영포라인’으로 불리는 특정 지역 인사들이 포스코 안팎에서 설쳤다. 가용 시재금이 부족해 철강 원료인 유연탄 살 돈마저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에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억지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사를 46개로 늘렸으니 국제경쟁력이 쌓일 리 만무하다.

금융가에선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도 조만간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KT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빈번했다. 최고경영자가 좋은 회사 만들 궁리는 않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재무리스크가 그만큼 커지면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포스코와 KT에 각각 내부 출신인 권오준 씨와 정보기술(IT) 전문가인 황창규 씨가 수장(首長)에 올랐다. 정권이 두 기업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었다는 긍정적 의미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첫 단추에 불과하다. 한국 간판기업으로 재도약하려면 정치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포스코#신용등급#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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