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공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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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이변 속출… 역대 월드컵에선

“위기를 넘긴 네덜란드는 반란을 일으켰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놀랐다. 14일 열린 브라질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스페인-네덜란드전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 올랐던 두 팀의 대결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경기. FIFA 랭킹 15위 네덜란드가 1위 스페인을 이기고 4년 전 패배를 설욕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페인이 5점이나 내주고 완패했다는 것은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었다. 스페인이 월드컵을 포함한 A매치에서 5골 이상 내주며 진 것은 1963년 이후 처음이다. 스페인 축구의 영웅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내 인생 최악의 경기”라며 고개를 숙였다. 수비가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그가 A매치에서 5골을 내준 적은 없었다. 카시야스의 월드컵 연속 무실점 기록 역시 477분에서 멈췄다. 15일에 열린 D조 조별리그 우루과이-코스타리카 경기 결과 역시 이변으로 평가된다. 랭킹 28위 코스타리카는 7위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브라질 월드컵 초반부터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공이 클수록 이변의 가능성이 높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이전에 열린 월드컵에서도 축구팬을 놀라게 한 결과는 많았다.

스페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이변의 희생양’이었다. 조별리그 통과가 무난해 보였지만 첫 경기에서 랭킹 74위 나이지리아에 2-3으로 패하면서 일이 꼬였다. 이후 1승 1무를 기록했지만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스페인의 랭킹은 15위였다.

2002 한일 월드컵은 유난히 이변이 많았던 대회다. 개최국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터키, 세네갈 등 변방으로 취급받던 국가들이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반면 직전 대회 우승국이자 랭킹 1위였던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등 세계 정상급 스타들을 보유하고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사상 첫 월드컵에 진출한 세네갈에 0-1로 패하더니 우루과이전 0-0 무승부, 덴마크전 0-2 패배 등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랭킹 3위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에서 복병 나이지리아를 꺾었지만 잉글랜드전 패배에 이어 스웨덴전 무승부로 조 3위에 그치며 역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파라과이, 뉴질랜드와 잇달아 비긴 뒤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져 3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브라질월드컵#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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