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리더십’의 성공질주…첫 위기 넘어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3일 06시 40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국가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 플라멩고 훈련장에서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이 몸을 푸는 사이 생각에 잠겨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국가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 플라멩고 훈련장에서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이 몸을 푸는 사이 생각에 잠겨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스포츠동아는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을 맞아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되돌아보고, 이번 대회에 나서는 우리 대표팀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아울러 한국축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현대가(家)의 축구사랑을 되짚어본다.

1. 응답하라! 2002
2. 2014 브라질, 새로운 신화를 위하여…
3. 홍명보 리더십의 모든 것
4. 현대가(家)의 축구사랑

이집트 U-20 18년만의 8강·런던올림픽 첫 메달
카리스마 내려놓고 소통하는 ‘형님 리더십’ 성공
평가전 부진에 뭇매…브라질월드컵은 새 시험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을 이끄는 홍명보(45) 감독은 최고의 스타 출신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시절 엄청난 카리스마 때문에 후배들이 말을 걸기 힘든 선배였지만, 지도자가 된 이후로는 이미지를 바꿨다. 선수들이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이른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 덕분에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어느덧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도약한 홍 감독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한국을 넘어 아시아도 인정한 수비수

홍명보 감독은 청소년기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청소년대표에 단 한 차례도 선발된 경험이 없다. 고교시절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그는 대학에 진학한 뒤 포지션을 변경했다. 대학무대에서 대형수비수로 평가받은 그는 1990이탈리아월드컵에 대표선수로 발탁돼 주목 받았다. 당시 주전수비수였던 선배의 부상으로 조별리그 첫 경기 벨기에전에 선발로 나서는 행운까지 누렸다. 이를 계기로 그의 축구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탄탄대로를 걸었다.

1992년 좋은 대우를 받고 포항에 입단해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대표팀에선 수비라인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맡았다. 아시아무대에선 그만한 수비수가 없었고, ‘아시아의 리베로’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2002한일월드컵에선 축구인생에 정점을 찍었다. 대표팀 주장을 맡아 4강 신화를 이룩해 ‘한국축구의 영원한 주장’이라고 불렸다.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한일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브론즈볼도 수상했다. 그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는 그리 새롭지 않았다.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했고, 1994미국월드컵에선 한국선수 최초로 월드컵 단일대회 2골 이상을 기록했다.

● 빼어난 리더십을 갖춘 준비된 지도자

대한축구협회는 선수시절부터 강력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끈 홍명보 감독을 지도자로 육성하기로 결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은퇴 직후만 해도 그는 지도자 변신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2002년 11월 20일 브라질과의 마지막 A매치를 치른 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이적한 것도 축구행정 등 개인공부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들의 끈질긴 설득과 지원으로 지도자로 먼저 발을 내딛었다. 2005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쥔 월드컵대표팀에 코치로 합류했다. 개인 5번째 월드컵이었던 2006독일월드컵은 벤치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2007년 A대표팀 코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코치 등을 거치며 지도자 수업을 받고 2009년 자신의 팀을 이끌게 됐다. 20세 이하(U-20)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했다.

사령탑으로 처음 출전한 대회(이집트 U-20 월드컵)에서 홍 감독은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한 1991년 포르투갈대회 이후 18년 만이었다. 자연스레 홍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팀워크를 바탕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어린 선수들과 격 없이 지냈고, 선수들을 보듬었다. 결과 등 모든 책임은 자신이 떠안았다. 선수들은 홍 감독을 전폭 신뢰했다.

● 성공가도에서 만난 첫 번째 장애물

홍명보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선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며 역사를 새롭게 썼다. 탁월한 지도력을 뽐낸 그는 2013년 여름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력이 들쭉날쭉했고, 일부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일었다. 최종엔트리 23명을 결정한 뒤 여론의 비판은 더 거세졌다. 최근 치른 2차례의 평가전에서 모두 패해 여론은 더 악화됐다. 선수시절을 포함해 홍 감독이 이 정도로 비난을 받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홍 감독의 성공가도에 첫 번째 장애물이 등장한 것이다.

마침내 월드컵이 개막했다. 조별리그 상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는 모두 만만치 않다. 홍 감독이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고 계속해서 쾌속질주를 이어갈지 수 있을지 궁금하다.

● 홍명보는?

▲생년월일=1969년 2월 12일
▲선수경력=포항 아톰즈(1992∼1996년), 쇼난 벨마레(1997∼1998년), 가시와 레이솔(1999∼2002년), 포항 스틸러스(2002년), LA 갤럭시(2003∼2004년)
▲지도자 경력=축구대표팀 코치(2005∼2007년), 베이징올림픽대표팀 코치(2007∼2008년), 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2009년), 광저우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2010년), 런던올림픽대표팀 감독(2010∼2012년), 축구대표팀 감독(2013년∼현재)
▲A매치 통산=136경기·10골
▲월드컵 경험=선수로 4회(1990이탈리아·1994미국·1998프랑스·2002한일), 코치로 1회(2006독일), 감독으로 1회(2014브라질)
▲수상 및 주요 성적=2002년 한일월드컵 4위, 한일월드컵 브론즈볼(이상 선수), 2009년 U-20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이상 지도자)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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