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피아 稅피아는 그냥 두고 관피아 척결하겠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안전행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변호사와 세무사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퇴직 관료에 대한 전관예우(前官禮遇) 금지 조항이 빠져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취업할 때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안행부는 개정안에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심사를 안 받아도 되는 현재의 예외 조항에 손도 대지 않았다. 다른 공직자와 달리 자격증 가진 관피아(관료+마피아)들만 취업심사 면제 ‘특혜’를 유지하겠다니 이 정부에 관피아 척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불명예 퇴진했던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5개월 16억 원 수입’은 전관예우 법(法)피아의 민낯을 보여줬다. 대법관 퇴직 후 1년간 변호사 개업을 못한다는 조항에 따라 그는 대법관에서 물러난 지 딱 1년 후에 사무실을 열고 돈벌이에 나섰다. 많은 퇴직 대법관이 1년 동안은 법학전문대학원 같은 곳에서 교수를 하다가 슬그머니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전관예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어제 성명을 내고 “‘황제변호사’는 사법의 공정성을 해치고 고액의 수임료로 법률시장을 왜곡한다”며 대법관 출신은 적어도 2∼3년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개업제한을 포함한 대책을 촉구했을 정도다.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일선 세무서 국세청 직원들도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근무했던 세무서 코앞에 세무회계사무소를 개업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세(稅)피아끼리 ‘의리’로 뭉쳐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나라 곳간을 도둑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통령이 아무리 관피아 근절과 전관예우 금지를 외친들 ‘예비 법피아’인 관료들의 저항에 밀리면 말짱 헛일이다. 정부에 ‘셀프 개혁’을 맡겼더니 안행부가 공직자윤리법안에서 핵심을 빼먹은 꼴이다. 관피아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금 관료들의 탐욕을 막는 법을 만들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의 척결은 물 건너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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