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자회사 설립 11일부터 허용… 관광-숙박업 이르면 8월부터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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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식품-의료기 판매는 금지
의료법인 투자, 순자산 30%이내로 제한

이르면 8월부터 의료법인이 직접 의료관광, 숙박업(메디텔) 등 대규모 수익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수익사업을 위한 의료법인의 자(子)회사 설립 신청은 11일부터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851개 의료법인의 수익사업 범위 확대를 목적으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0일 발표하고 내달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과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했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수익사업 범위를 장례식장, 주차장, 휴게음식업 등으로 제한한 현행 의료법령과 달리 개정된 규칙에선 의료관광, 메디텔, 국제회의업 등 수익사업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외국인 환자들이 머무는 메디텔에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 고소득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많은 공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번 규칙 개정으로 최근 의료법인의 심각한 경영난을 해소하면서, 별다른 제한 없이 수익사업을 벌였던 학교법인(세브란스병원 등)과 특수법인(서울대병원 등) 병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회사 설립 요건 자체가 매우 까다로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자회사 가이드라인에 제시한 모(母)회사의 자격은 △운용 소득 80% 이상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하고 △자본 출연자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친인척 등)이 전체 이사진 수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등 상속세 및 증여법상 ‘성실공익법인’이어야 한다.

복지부는 또 의료법인의 자본이 자회사로 대거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막기 위해 의료법인의 자회사 투자비율을 순자산의 30% 이하로 제한했다. 또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강매 우려가 높은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의료기기 판매업 등도 금지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최대 자회사의 설립 허가가 취소될 뿐만 아니라 세법상 받은 혜택도 모두 회수된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자본 출연자와 그의 친인척을 제외한 이사 비율이 80%를 넘는 병원을 거의 찾을 수 없고, 30% 선에 묶인 모회사 투자비율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이 상황에서는 자회사를 세워 사업에 나설 병원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인 병원은 2, 3곳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여러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의료영리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비난했다. 5개 보건의료단체가 포함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병원이 환자 치료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결국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병원 자회사#의료법인 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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