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셴코 “동부 지방분권 확대” 러시아어로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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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통령 취임식서 화해 손짓
“크림합병-연방제 절대 수용 못해”… 푸틴과 사태해결 협상 시작 합의

페트로 포로셴코(48)가 7일 우크라이나 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식에서는 국가 통합과 유럽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취임식 하루 전인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5분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양국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포로셴코 정권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7일 취임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미하일 주라보프 주우크라이나 러시아대사 등 외국 사절들도 대거 참석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 통합성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동부 지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동부 지역 연설 대목에서는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를 쓰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그는 “원하는 것은 전쟁이나 복수가 아니라 오직 평화뿐”이라며 “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고 동부 지역의 지방분권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장하는 연방제와 크림 합병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땅’이라는 사실을 어제 프랑스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대한 빨리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혀 친서방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는 “유럽식 민주주의야말로 인류가 만든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친서방 행보에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돼 우크라이나가 EU와 러시아 모두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경제협력 구도를 찾아내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BBC는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포로셴코의 가장 큰 숙제는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서 세금과 에너지 요금 인상, 각종 보조금 폐지, 최저임금 동결 등의 조건을 내걸어 포로셴코 정권이 향후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을 통한 난민 유입이 늘고 있다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의 병력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 국경 인근에서 러시아 방송사 기자 1명과 기술자 1명을 억류하는 등 러시아와의 국경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페트로 포로셴코#우크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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