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우릴 깔보면 고맙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World Cup Brasil 2014 D-7]
홍명보 감독 “상대팀의 도발적 발언은 우리 선수들 승부욕 자극”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미국 플로리다 주 어벤추라의 턴베리 아일 리조트에서 열린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 감독은 “아직 제 입으로 목표를 말한 적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훈련을 쉬었다. 마이애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미국 플로리다 주 어벤추라의 턴베리 아일 리조트에서 열린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 감독은 “아직 제 입으로 목표를 말한 적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훈련을 쉬었다. 마이애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상대 팀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한다. 도발적인 발언은 상대의 전투 의지와 호승심(好勝心·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만 키워줄 뿐 얻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있을 때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일본을 절대 깎아내리지 말고 무조건 칭찬하고 띄워주기만 하라”는 지시를 따로 내렸을 정도다. 당시 홍 감독의 지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따른 선수가 김보경(카디프시티)인데 김보경은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일본은 굉장히 위협적인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홍 감독은 상대가 우리를 얕잡아 보고 무시하는 건 오히려 반긴다. 우리 선수들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축구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도 호승심을 생각하고 있다.

홍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인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가 대표팀의 전력 분석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우리를) 전혀 분석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팀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듯한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다”고 5일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벨기에와 알제리의 평가전을 현장에서 직접 보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도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인 한국의 평가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홍 감독이 런던 올림픽 8강전 상대였던 축구 종주국 영국의 최대 패착으로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의 발언을 꼽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시 피어스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나는 한국 선수들을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면서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는데 이 발언이 올림픽 대표팀의 호승심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피어스 감독과는 달리 홍 감독은 최근 평가전을 잇달아 치른 조별리그 상대국들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세 나라 모두 지금 100%의 컨디션이 아닐 텐데 평가전을 놓고 보면 아주 강한 팀들인 것 같다”며 전력을 높이 평가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심리전까지 머릿속에 두고 있다.

마이애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호승심#홍명보#대표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