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도 도시서도… 스마트 교실은 ‘꿈 발전소’

ICT가 바꾼 학교수업 현장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방법이 교실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 잠현초등학교는 SK텔레콤이 개발한 스마트로봇 ‘아띠’를 수업에 활용하고(왼쪽 사진), 강원 속초초등학교 노천분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으로 태블릿PC를 통해 전국 학생들과 교류수업을 한다. SK텔레콤·노천분교 제공

“우리 학교 주변에는 개울과 논, 비닐하우스가 있습니다.”

3일 강원 홍천군 속초초등학교 노천분교 3·4학년 합반교실. 4학년 김수현 양(10)이 태블릿PC 앞에 섰다. 바로 옆 TV 속에는 경기 평택시 평일초등학교 3학년 1반 학생 30여 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김 양은 태블릿PC의 내장 카메라와 인터넷을 통해 평일초교 친구들에게 실시간 전송되는 라이브 방송으로 발표를 했다.

김 양이 다니는 노천분교의 전교생은 10명.

‘시골이라고 비웃을까.’

김 양은 작은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갔지만 TV 속 도시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와! 학교 운동장 진짜 넓어. 부럽다!” “개울이 있어서 매일 물놀이를 할 수 있대. 정말 재밌겠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잔뜩 움츠렸던 김 양은 곧 미소를 찾았다. 김 양은 “도시 아이들이 비닐하우스와 개울가 올챙이 등을 물어보면서 우리를 부러워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3학년 사회 과목 ‘도시와 농촌’.

이 분교의 유일한 3학년인 오승섭 군(9)을 위해 분교장 김미영 교사가 마련한 특별수업이었다. 김 교사는 태블릿PC와 영상통화 응용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이용해 평일초교 학생들과 ‘합동교류수업’을 마련했다. 이날 아이들은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교과서가 아닌 ‘대화’를 통해 배웠다.

학교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교과서로만 배우던 지식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직접 체험하듯 경험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노천분교는 사회뿐 아니라 과학 수학 등 거의 모든 과목에서 ICT를 활용한다. 3·4학년 합반교실에 있는 학생은 4명뿐이지만 그동안 일부 수업은 서울 경기 제주 등 전국 학생들과 함께 진행해 왔다. 노천분교 아이들은 다음 달 제주의 한 초등학교와 게임 대결도 펼칠 예정이다. 이런 교육 덕분인지 노천분교 아이들이 과거에 가졌던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천편일률적인 꿈은 공룡뼈 발굴자, 프로그래머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변했다.

다양한 ICT가 교육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잠현초등학교. 이날 3학년 학생들은 ‘스마트로봇 아띠를 활용한 프로그램 교육’ 수업을 받았다. SK텔레콤이 개발한 교육용 스마트로봇 아띠를 여러 과목에 활용해 수업의 참여도와 능률을 높이고 있다. 음악시간에는 단순히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띠를 활용해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고 실행한다. 직접 창작한 율동을 로봇을 통해 공유하면서 음악을 배운다.

이런 수업은 아이들의 창의력 개발은 물론이고 수업 참여도도 높인다. 기존 창의력 교육은 찰흙놀이나 그림그리기 등 무언가를 만들어 같은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책상 위에 놓아두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현재 아이들은 애플리케이션(앱)과 로봇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을 표현하고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더 넓은 경험을 쌓고 있다.

교육 효과가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계의 지원도 더욱 적극적이다. 노천분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교육지원 프로그램인 ‘다시 꿈꾸는 미래교육 교실 안의 변화’를 통해 전국 학교와 연결돼 있다. ICT를 활용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SKT SK브로드밴드 LIG시스템 등도 운영하고 있다.

홍천=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