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든다” 간병인 고용 꺼려… 혼자 야간에 환자 수십명 맡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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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사항 아닌데다 건보지원 안돼… 영세 요양병원들 최소인력만 채용
장성 참사때도 간호조무사만 당직… 요양시설은 입소 2.5명당 1명 의무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이 턱없이 부족해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남 장성 요양병원 참사도 화재가 발생한 별관 2층에 있던 환자 돌봄 인력은 당직 간호조무사 단 1명뿐. 화재 등 재난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는 데다 대피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난 상황도 고려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은 최소 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간병인을 몇 명씩 둬야 하는지는 정해진 규정이 없다.

경남 A요양병원의 입원 환자는 55명. 간병인은 3명뿐이다. 2명은 24시간씩 번갈아가며 격일로 근무하고 1명은 주간에만 근무한다. 병원 관계자는 “두 명이서 근무할 때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2, 3시간씩 잠을 자며 일한다”고 전했다. 현재 A요양병원에서 야간근무를 서는 간병인은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밤새 근무한 뒤 다음 날 오전 7시 반에 퇴근한다. 혼자 근무를 서다 보니 밤에 조금씩 잠을 자기도 한다. 간병인이 잠들면, 설령 사고가 생겨도 아무도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는 셈이다.

A요양병원은 빌딩 4층에 있다. 화재나 사고가 날 경우 환자들은 간병인 도움 없이는 빨리 대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병원 측은 “야간 근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장 부인이 이틀에 한 번꼴로 간병인과 함께 밤샘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병인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 환자 1명당 1명, 기본 수발의 경우에도 6명당 1명 정도는 있어야 정상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지방 요양병원은 환자 대 간병인 비율이 15 대 1 이상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들이 간병인을 적게 쓰는 것은 규정이 없기도 하지만 임금 문제도 크다. 의사나 간호사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인건비를 지원받지만 간병인은 환자들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봉식 대한노인병원협회 홍보이사는 “일부 사무장병원은 간병료 할인을 내세우며 병원 홍보를 하기도 한다”며 “환자들에게 간병비를 많이 받으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진료는 행위별 수가가 아닌 정액제인 만큼, 간병료를 최대한 적게 받고 그 대신에 간병인 수를 최대한 줄여 지출을 막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병인의 돌봄이 필수적인 환자들 중에는 아예 요양병원 대신에 요양시설을 찾는 사람도 많다. 간병인 고용 의무가 없는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시설은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서 간병인 역할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인건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시설 측의 인건비 부담이 없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병원은 시설에서 수용하기 힘든 중증 환자들을 커버하는 곳이지만 간병인 돌봄 서비스 혜택에선 사각지대에 있다”며 “요양병원은 간병인 고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간병인 의무 배치나 간병비 지원 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간병인 문제는 병원 측에서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인 만큼 쉽게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인력 기준 등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에 모순되는 부분들을 장기적으로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연 lima@donga.com·임현석 기자
#요양병원#간병인#우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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