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계열사-강덕수 前회장 자택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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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날 앞에 선 ‘샐러리맨 신화’
“올 것이 왔다”… “경영 손 뗐는데”

“올 것이 왔다.”

검찰이 17일 STX그룹 계열사들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64)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STX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채권단이 지난해 12월 STX중공업에 “강 전 회장과 이찬우 전 STX중공업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라”는 뜻을 전달한 바 있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당시 “STX중공업이 불필요한 프로젝트(STX건설의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 사업 참여)에 보증을 서는 바람에 채권단에서 550억 원가량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기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로 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강 전 회장은 2000년 자신이 몸담았던 쌍용중공업(현 STX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공격적인 경영으로 재계 13위(공기업 제외·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까지 회사를 키웠다. 그러나 STX그룹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추락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대부분 계열사들이 채권단 자율협약(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 STX엔진)을 맺거나 법정관리(STX건설, 팬오션)에 들어가면서 모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화려한 ‘샐러리맨 신화’를 써 왔던 그는 결국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은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STX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활동에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어차피 과거의 경영 관련 부실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회사별로 진행되고 있는 경영 정상화 작업에는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 전 회장이 모든 경영에서 손을 뗐는데 검찰 수사까지 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영상 판단의 잘못을 무조건 배임 혐의로 몰아가는 것은 다른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다른 관계자는 “기업을 살린다는 명분이 모든 경영상 과오를 덮을 수는 없다”며 “과거의 부실을 바로잡는 것은 향후 새로운 경영진이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홍구 기자
#강덕수#STX#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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