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인 로맨스와 서스펜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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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친구/엘렌 그레미용 지음·장소미 옮김/288쪽·1만3000원·은행나무

1975년 프랑스 파리, 출판사 대표인 카미유는 막 어머니를 여의었다. 여러 조문편지들 틈에 끼어있는 두툼한 편지 한 통.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를 쓴 사람은 루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과 안니라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길게 적어놓았다. 카미유는 잘못 온 편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그 다음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30년도 전에 있었던 루이와 안니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가 날아든다.

안니는 파리에서 이사 온 부잣집 ‘M.부인’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루이와 멀어진다. 내성적인 안니는 그 부인이 다른 모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듯했다. 두 여인의 우정은 황당무계한 약속으로 인해 비극으로 변모한다. 불임인 M.부인을 위해 안니가 대신 임신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루이의 편지는 점점 더 섬뜩한 서스펜스로 흘러가고, 카미유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면서 편지의 진짜 주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루이는 누구이고 왜 이런 편지를 계속 보내는 것일까. 편지를 가장한 작가지망생의 원고?

편지는 루이에게 털어놓는 안니의 고백 형식으로 시작해 종국에는 이 모든 이야기를 M.부인이 자신의 버전으로 다시 풀어내면서 이야기는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안니가 생략하고 숨기고 줄인 이야기는 M.부인의 기억으로 퍼즐처럼 맞춰진다. 진실은 카미유의 몫이다. “사랑은 원칙적으로 수수께끼지만 식어버린 사랑은 더욱 수수께끼다. 왜 사랑하는지는 결국엔 알게 되지만, 왜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으니까.”

이 프랑스 소설의 장점은 촘촘한 구성에 있다. 암시는 의외의 사실로 드러나고, 반전이 거듭되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에 속도가 더해진다. ‘피가로’지 기자 출신으로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한 37세 작가의 데뷔작(2010년)이다. 작가는 “서스펜스와 로맨스의 미학을 이 소설에서 모두 구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만 40만 부 이상이 팔렸고, 뤼크 베송 감독이 영화 판권을 계약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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