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때문에… 젖먹이 내던진 ‘패륜 아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생활비 1만원 모자라 부부싸움… 46일된 아들 벽에 던져 끝내 숨져

10일 전남 나주시의 한 장례식장 영안실 냉동고에는 생후 46일 된 남아의 시체가 13일째 안치돼 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시체보관비, 장례비 등으로 300만 원이 나왔다. 가족이 돈을 낼 형편이 안 된다고 해서 180만 원으로 깎아줬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왜 이 아이는 차가운 냉동실에 아직 있는 것일까. 아이의 불행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나주의 집 안방에서 시작됐다. 4남 1녀를 둔 김모 씨(42)와 아내(40)는 생활비가 15만 원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14만 원밖에 없는 것을 두고 말다툼을 했다. 김 씨는 갑자기 아내 품에서 젖을 먹고 있던 막내아들을 빼앗은 뒤 내던졌다. 아이는 벽에 부딪힌 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1시간 뒤 숨졌다. 김 씨는 아이의 시체를 병원 장례식장에 놔둔 채 귀가했다. 이튿날 김 씨의 어머니(70)는 손자들로부터 “막내가 갑자기 죽었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어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 부검 결과 아이는 심장·폐 충격 쇼크로 숨을 거뒀다. 김 씨는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나서 아이를 살짝 던졌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내는 “죽으라는 식으로 강하게 벽에 던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등을 다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120만 원을 받았다. 넷째와 다섯째 아이를 낳아 출산장려금으로 250만 원을 지원받았다.

동네 주민들은 숨진 아이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김 씨의 통장을 확인했지만 잔액이 2만 원뿐이었다. 마을 이장 정모 씨는 “장례식 비용으로 75만 원이 지원됐다. 숨진 아이를 화장이라도 시켜줘야 할 텐데 부족한 100만여 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김 씨가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기초수급비에만 의존한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유아 사체#장례식장#냉동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