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고려청자서 혁신의 혜안 찾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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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입사원 역사 교육현장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역사교육 프로그램 ‘역사산책’이 오전 8시부터 9시간 동안 진행됐다. ‘i30팀 A반’ 조장을 맡은 김두호 씨(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고려청자를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역사교육 프로그램 ‘역사산책’이 오전 8시부터 9시간 동안 진행됐다. ‘i30팀 A반’ 조장을 맡은 김두호 씨(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고려청자를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청자 기술은 원래 중국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고려는 기술이 부족했고 수요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청자를 바탕으로 고려는 상감기법과 독특한 빛을 내는 유약을 개발했습니다. 선진 문물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독자적인 기술문화로 발전시켜 시장을 창출한 겁니다. 고려청자를 통해 기술 개발의 혜안을 얻었습니다.”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에서는 한국사를 주제로 한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올해 초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에 입사한 김두호 씨(28)는 신입사원 동료 39명 앞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전기·전자 분야를 전공한 그는 고1 때와 대학교 때의 2학점짜리 교양수업을 빼곤 국사를 배운 적이 없었다. 그는 “현업에서 해외 연구원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우리 역사에 대해 말해주면 한국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역사를 ‘세일즈 무기’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신입사원들에게 하루 종일 한국사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고, 케이팝이나 남대문시장 등 가벼운 소재와 함께 한국의 역사에 대해 직원들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0월 정몽구 회장은 경영회의에서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의 문화도 같이 파는 것이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직원들의 역사교육을 철저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9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10차례에 걸쳐 ‘역사 콘서트’를 열었다. 하반기(7∼12월) 공채에서는 역사 에세이 문제를 출제했다.

2017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포함되고 올해부터 GS그룹이 신입 공채에서 한국사 역량평가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날 현대차그룹 신입사원 교육에서 진행된 ‘역사산책’ 프로그램은 현대차그룹 22개 계열사의 신입사원 2000명 중 400명을 대상으로 9시간 동안 이어졌다.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는 기조강연에서 “샤머니즘은 시베리아, 불교는 인도, 유교는 중국, 기독교는 서방국가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나라에서 공존하며 더욱 꽃을 피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산업도 일본과 서양에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한국이 더 앞서나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중국뿐 아니라 몽골 인도 그리스 페르시아 등 세계와 교류해왔다”며 “세계 시장에서 뛸 여러분들은 한국 문화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신입사원들은 40명씩 10개 반으로 나눠 역사 속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인 ‘개척 도전’ ‘창의 탐구’ ‘변화 소통’ ‘위민 위국’에 대해 즉석에서 자료를 찾아 토론하고 2분 30초 동안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현대케피코 신입사원 정해혁 씨(25)는 “유교를 도입해 조선왕조의 기틀을 닦은 정도전 선생을 보며 혁신과 시대 흐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입사한 진정화 씨(27)는 “관노의 신분을 극복한 발명왕 장영실을 통해 전문성과 도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 ‘I'M C. E. O(나는 최고경영자)’


한편 현대차그룹은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I'M C. E. O’로 정했다. Identity(현대·기아차인이 되기 위한 준비), Members(현대·기아차인으로서 출발), Corporation(기업가정신), Essential(현업에서 필요한 기본 역량), Organization(개인 비전과 조직 비전의 조화)의 약자로 ‘주인의식을 갖춘 인재가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대차그룹 신입사원들은 단체교육을 받는 11박 12일 동안 매일 ‘I'M C. E. O’ 문구가 써 있는 배지를 달고 다닌다.

고재억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가치개발팀장은 “현대차그룹에 합격한 학생들은 역량은 이미 갖췄다”며 “인성과 바른 태도를 길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정도전#고려청자#현대자동차#신입사원#역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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