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배우는 선비정신, 그 우직한 고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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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중심교육 동양대 개교 20돌

동양대 학생들이 교내 인성교육관인 현암정사에서 소백산을 바라보고 있다. 대학 인근 소수서원을 본떠 지은 현암정사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 캠퍼스 명소다.

영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동양대 학생들이 교내 인성교육관인 현암정사에서 소백산을 바라보고 있다. 대학 인근 소수서원을 본떠 지은 현암정사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 캠퍼스 명소다. 영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바른 몸가짐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이런 몸가짐을 하는지 늘 돌아봅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경북 영주시에 있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실습하고 있는 동양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유지환 씨(24)는 3일 “여기서 생활하는 분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한다”며 “올바름을 추구하는 선비정신을 생활 속에서 늘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동양대에 진학한 유 씨는 지난해 6개월 동안 교내 부설기관인 선비사관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큰 변화를 경험했다. 그는 “새벽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삶의 기본’이 중요하다고 많이 느꼈다”며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막연하게 불안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 인성 중심 교육 20년 동양대

동양대는 1994년 3월 인삼으로 유명한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자락에 개교했을 때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인근에 있는 소수서원(1543년 설립)의 선비정신을 계승해 인성이 반듯한 인재를 키우는 대학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때만 해도 인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았다. 소수서원은 풍기군수 주세붕이 설립하고 후임 군수인 퇴계 이황이 나라의 지원을 받은 최초의 서원이다.

‘반듯한 인성’ 없이는 전공도 단순한 지식 습득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직한 고집은 20년이 지난 지금 캠퍼스에 곧게 자라는 수백 그루 소나무처럼 성장하고 있다. 소수서원에 조성된 ‘학자수’(공부하는 사람이 보고 배우는 나무) 소나무 숲을 본떠 캠퍼스에도 소나무 수백 그루를 심었다.

개교 후 10년을 준비해 2004년 부설기관으로 설립한 공무원사관학교는 ‘인성이 반듯한 공직자’를 양성하기 위한 동양대의 상징이다. 사관(士官)은 ‘선비를 본 받는다’는 뜻을 담았다. 공무원사관학교를 거쳐 공직에 진출한 학생은 지금까지 730여 명이다. 경영관광학부를 졸업하고 50회 행정고시(2007년)에 합격해 국방부 경영분석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조소영 사무관(34)은 “동양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스스로 엄격한 태도가 몸에 뱄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세로 공직 시험을 준비한 대학 생활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 재학생 48%가 수도권 출신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목표를 향해 차분히 최선을 다하면서 인성을 가꿀 수 있으니까요.” 경기 안산시 강서고를 졸업하고 동양대에 진학한 권태훈 씨(24·철도토목학과 2학년)의 말이다. 공무원사관학교에서 5급 기술직을 준비하는 그는 “선비정신 같은 인성은 기술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양대는 재학생 4500여 명 가운데 수도권 출신이 48%에 달한다. 경기 안양시 양명여고를 졸업한 김한아 씨(21·항공비서학과 2학년)는 “전공을 위한 교육 여건도 잘돼 있지만 인성을 중시하는 캠퍼스 환경이 마음에 든다”며 “졸업 후 전공을 살려 항공사에 취업하면 됨됨이가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생 만족도도 높다. 인천 출신으로 생명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환경부 교통환경과 6급 직원으로 근무하는 윤재웅 씨(30)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면서 나라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공무원이 되겠다”며 “대학 생활 때 많이 접한 선비정신이 자신을 바르게 하는 거울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정보전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 근무하는 이아련 씨(24)는 “학과 교수님들과 자주 연락하며 사랑받는 직장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며 “학생 때 배운 인성교육이 직장 생활에도 아주 유익하다”고 말했다.

동양대는 인성교육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대학 중심 평생학습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철도교통과 문화관광, 인견(人絹·사람이 만든 명주실로 짠 비단) 산업이 발달한 영주 지역의 특성을 대학 교육과 연결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이하운 사업단장(정보통신공학과 교수)은 “대학 교육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동양대#선비정신#인성중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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