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기대되는 골프스타] 김태훈 “드라이버 입스 벗어나니 인생도 쭉쭉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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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7시 00분


2013년 남자골프의 스타로 우뚝 선 김태훈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PGA 대상 시상식에 한껏 멋을 내고 참석했다. 2014년 아시안투어 진출 등 더 큰 포부를 밝힌 김태훈은 내년 1월 중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2013년 남자골프의 스타로 우뚝 선 김태훈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PGA 대상 시상식에 한껏 멋을 내고 참석했다. 2014년 아시안투어 진출 등 더 큰 포부를 밝힌 김태훈은 내년 1월 중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5. 8년 무명 설움 떨치고 깜짝 스타 발돋움 김태훈

KPGA 투어 6년간 대회수입 1000만원
2007년엔 11개 홀서 12개 OB 최악 경험

어느날 갑자기 드라이버 잘 맞기 시작해
8월 보성CC클래식 우승…인생 대반전


남자골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대형스타가 탄생했다.

훤칠한 키, 잘 생긴 외모에 파워 넘치는 골프까지 갖춰 단숨에 스타로 우뚝 선 김태훈(28)은 올 겨울 가장 바쁜 남자골퍼 중 한 명이다.

8년 무명 생활을 끝내고 남자골프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그는 2013년보다 2014년이 더 기대된다. 아직까지 ‘스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는 김태훈은 2014년에도 쉬지 않고 행진을 계속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무려 8년이나 그렇게 생활했다.

한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골프장에 가면 먼저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팬이 생겼고, 얼마 전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팬클럽을 만들었다.

8월에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보성CC클래식이 김태훈의 운명을 바꿔 놨다.

“사실 모든 게 완벽한 대회는 아니었다. 그런데 덜컥 우승했다. ‘이렇게도 우승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라운드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코스가 좁아 ‘뻥뻥’ 내지르는 자신의 경기 스타일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이상하게 일이 잘 풀렸다. 예선만 통과해도 만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승까지 하게 됐다. 그것도 ‘무명’의 설움을 한방에 날리는 결정타가 됐다.

우승 이후 하루아침에 모든 게 변했다. 남자골프를 이끌 대형스타가 탄생했다며 난리가 났다.

김태훈은 “골프장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특히 여성팬이 많아졌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골프 잘 쳐보려고 개명까지

김태훈의 무명 생활은 길었다. 8년이나 계속됐으니 보통 의지가 아니었더라면 벌써 필드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KPGA 투어에서만 6년을 뛰었다. 31개 대회에 나왔지만 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6년 동안 예선을 통과해 돈을 번 대회는 고작 7번뿐이었고 수입은 겨우 1000만원을 조금 넘겼다. 밥값도 못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안 해본 게 없다. 2008년 군 입대를 앞두고 이름까지 바꿨다. 김태훈의 원래 이름은 ‘범식’이였다.

“하도 부진하다보니 집에서 개명을 알아봤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몇 가지 이름을 적어 내게 보여줬다. 마음에 드는 게 없었지만 그 중 ‘태훈’이라는 이름이 가장 무난했다.”

그렇다고 이름 덕을 본 것도 아니다. 개명 후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긴 시간 동안 김태훈을 괴롭혔던 건 ‘드라이버 입스’였다. 입스(Yips)는 스윙을 하기 전 압박감에서 발생되는 심리적인 불안 상태로 프로골퍼들이 가장 두려워한다.

“당시엔 드라이버로 공을 때리면 어디로 갈지 몰랐다. 얼마나 심했던지 한번은 김경태와 경기를 하는데 ‘형은 똑바로 300야드, 오른쪽으로 100야드를 날린다’며 놀리기도 했다.”

2007년 솔모로오픈에서는 최악을 경험하기도 했다.

“한 홀에서 무려 8개의 OB를 냈다. 11개 홀을 경기하면서 12개의 OB를 내고 결국 기권했다. 그렇게 못 치는 골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최악이었다.”

오랜 시간 괴롭혀온 드라이버 입스에서 해방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드라이버로 세게 휘둘렀는데 공이 똑바로 날아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한 순간 사라진 게 희한했다.”

드라이버 샷이 똑바로 날아가면서부터 김태훈의 골프인생도 ‘쫙’ 펴졌다.

● 우승 후 더 크게 성장

우승으로 달라진 건 그를 바라보는 시각뿐만이 아니었다. 실력도 좋아졌다.

이어진 파인비치 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가 계속됐다. 올해 출전한 11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포함해 모두 10번이나 예선을 통과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오픈 예선탈락이다.

“첫날 로리 매킬로이, 그리고 국가대표인 이창우와 경기를 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신경이 쓰이긴 했다. 그러나 워낙 자신이 넘쳤기에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엇박자가 나다보니 복잡해졌다. 버디를 잡아야 할 홀에서 보기를 하게 되고, 그럴수록 급해졌다. 결국 2라운드를 끝내고 짐을 쌌다. 예선탈락하고 만 것이다.

“2라운드 후반쯤 되서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만 넘쳤지 바뀐 코스 상황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너무 늦었다.”

2014년이 기다려진다. 김태훈은 2승, 3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더 큰 무대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1월 중순 태국으로 동계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해외로 훈련을 가본 적이 없는데 동계훈련과 윈터투어 출전 그리고 아시안투어 도전까지 끝내고 돌아올 계획이다.”

● 김태훈은?
출생-1985년9월15일, 경력-2004년 골프 국가대표·2004년 전국체전 골프 2관왕·2006년 KPGA 프로입문·2010년 KPGA 투어 상금랭킹 122위·2011년 KPGA 투어 상금랭킹141위· 2012년 KPGA 투어 상금랭킹 137위·2013년 KPGA 투어 보성CC클래식 우승·2013년 KPGA 투어 상금랭킹 4위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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