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허진석]‘숨어 있던’ 올해의 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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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채널A 문화과학부 차장
허진석 채널A 문화과학부 차장
올해 국제 부문 10대 뉴스를 뽑기 위해 1년 치 신문을 다시 들췄다. 지구촌엔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일이 있었다.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케냐 쇼핑몰 테러, 알제리 인질 구출 작전, 우고 차베스 사망 같은 뉴스들도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런데 정작 기자의 뇌리에 남은 뉴스는 따로 있다. 올해 3월 영국의 17세 고등학생이 만든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 ‘섬리(Summly)’가 야후에 3000만 달러(약 318억 원)에 인수됐다는 소식이다.

솔직히 ‘돈’ 때문에 먼저 눈길이 갔다. 318억 원은 봉급생활자는 꿈도 꾸기 힘든 거액이니까. 그런 큰돈을 10대가 번 것이다.

사업 영역도 관심을 끌었다. 뉴스 요약은 기자들의 일이기도 하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사촌이 땅을 샀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듯했다. 뉴스를 생산하는 건 기자와 언론사인데, 수익은 엉뚱하게도 그 고교생이 거둬들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뒤통수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얼마나 높은 기술이 쓰였는지 가늠할 순 없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렇게 고교생도 사업을 창출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영역이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로도 사람들의 편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섬리’ 뉴스는 비록 신문 1면을 장식하진 못했지만 세상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는 ‘코딩’ 방법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여름 코딩 캠프 ‘아이디테크’는 수백만 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와 참여할 정도로 인기 있다. 이 캠프에 참여했던 16세 학생이 아이폰용 앱을 만들어 3만3000달러를 벌기도 했다. 일흔을 넘긴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도 코딩을 배우겠다는 새해 계획을 밝혀 몇 년 전 화제가 됐다.

온라인 교육 활성화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탠퍼드대 앤드루 응 교수가 만든 온라인 대학 강의 사이트 ‘코세라’는 강연 중간에 적절한 퀴즈를 내고, 웹사이트 디자인을 깔끔하게 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 가면 안드로이드폰의 앱을 만드는 방법, 기계가 정보를 인식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학습’ 등 557개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새해를 앞두고 저마다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는 시기다. 컴퓨터가 책상 위를 떠나 자동차와 집, 가전제품 속으로 들어가는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절대적 트렌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계획에는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듯 ‘코딩’도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몇 년 전 만난 행복학의 대가 에드 디너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매일 뭔가를 배운다는 것을 스스로 잘 인지하는 연습을 하라”며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로 행복도를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한 올해의 뉴스’ 속에는 미래에 대비하고 행복까지 만끽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숨어 있었다.

허진석 채널A 문화과학부 차장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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