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응답하라! 신촌… 젊음의 거리 부활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보행자 중심거리 조성공사 마무리… ‘크리스마스 마켓’ 28일까지 열려
거리 음악공연-시 낭송회 등… 대학문화 중심지 회복 노력도

성탄절인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를 찾은 사람들이 보행자 중심 거리로 새 단장을 한 길을 걷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연세로에 승용차 출입이 통제되고 넓어진
인도에서 대학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성탄절인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를 찾은 사람들이 보행자 중심 거리로 새 단장을 한 길을 걷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연세로에 승용차 출입이 통제되고 넓어진 인도에서 대학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과 상수동 등 홍익대 주변 일대가 요즘 젊은이들의 명소라면 1980, 90년대 대학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는 연세대 앞 신촌이었다. 연세대 정문 앞 ‘독수리다방’과 주점 ‘훼드라’, ‘홍익문고’는 신촌 대학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이전 대학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상권도 쇠락한 신촌 연세로가 최근 보행자를 배려한 도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새로 개장한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연세대 정문 앞 굴다리∼신촌 전철역으로 이어지는 연세로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공사를 마쳤으며,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도는 기존 폭 3∼4m의 2배 수준인 7∼8m로 넓어지고 전신주 등 보행에 불편을 주는 시설을 없앴다. 앞으로 이 거리에는 버스와 긴급차량, 자전거만 다닐 수 있고 승용차와 택시는 진입할 수 없다.

이달 28일까지 연세로에서는 ‘신촌 연세로 크리스마스 마켓’ 축제가 펼쳐진다. 행사 기간 신촌역 앞에서 연세대 앞 창천교회까지는 차량 출입이 통제돼 도로 전체가 놀이마당처럼 운영된다. 창천교회 앞에는 ‘트리 존’이 설치돼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힌다.

23일 오후 기자가 찾은 연세로 ‘마켓 존’에서는 44개의 작은 임시 상점들에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프랑스인이 즉석에서 구워 판매하는 크레페와 홍익문고가 내놓은 할인도서, 시민단체가 판매하는 에코백, 그림엽서 등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신촌 현대백화점도 거리에 할인매장을 마련했다. 유플렉스 앞에 마련된 공연무대에서는 전국 대학 댄스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힙합 댄스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8일까지 이 거리에서 연세대 동아리연합회 공연과 아마추어 재즈 페스티벌이 이어질 예정. 대학생 신현정 씨(24)는 “요즘 신촌을 도로 공사만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배경처럼 낭만적인 공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대학생과 상인이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가 끝난 뒤에는 신촌을 유흥가에서 대학문화의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개발 계획으로 철거될 뻔하다 시민들의 서명운동으로 보존이 확정된 홍익문고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홍익문고는 서점 5층을 세미나실로 개조하고 지역사회에 무료로 개방해 독서모임과 시사토론모임 등이 열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23일 홍익문고와 독수리다방 등 연세로 인근 서점과 카페에서 조정래 김남조 정호승 등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를 열었다. 홍익문고 앞부터 연세로 170m 구간에는 작가들의 핸드프린트가 담긴 가로세로 50cm 크기 동판을 설치했다. 여기에 새긴 인기 작가들의 글귀도 가슴에 와 닿았다. ‘날마다의 최선이 쌓여서 그 사람의 전 생애가 됩니다’(김남조 시인),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시인) 등의 문구가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서대문구는 연세로에서 대학생과 지역주민, 상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 낭송회, 거리음악가 공연 등을 정기적으로 여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신촌 인근의 청년 문화활동가 40여 명은 새 문화로 신촌 일대를 채우자는 취지로 가칭 ‘신촌재생포럼’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신촌의 쇠락이 문화 콘텐츠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연세로를 문화로 채울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촌#크리스마스 마켓#대학문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