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민원” 운운하며 떼쓰는 보험 고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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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기자
한우신 기자
교회 목사인 신모 씨는 얼마 전 운전을 하다가 실수로 가로수를 들이받았습니다. 손가락이 부러졌고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 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기준에 따르면 신 씨가 받을 보험금은 25만 원입니다. 하지만 신 씨는 보험사에 “석 달 동안 목회활동을 못했다. 평생 치료비를 포함해 1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요구를 안 들어주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신 씨가 받은 보험금은 378만 원입니다. 기준 금액의 15배가 넘는 액수. 보험회사를 크게 압박한 건 ‘금감원에 민원을 넣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4월 취임과 함께 “보험 민원 건수를 2년 안에 절반으로 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진을 압박하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올 한 해 보험사들의 최대 과제는 민원 감축이었죠.

민원은 금융회사의 횡포로부터 고객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민원을 악용하는 떼쟁이 고객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보험사들에 따르면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금감원 민원’을 운운하며 보험금을 더 달라고 요구한 고객이 많았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자기 때문에 민원 건수가 올라가는 것이 싫습니다. 차라리 더 얹어준 보험금은 티가 나지 않습니다.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고객의 병원 입원비 등 치료비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보험금이 과다 지급되면 피해는 선량한 고객들이 봅니다. 보험금 누수를 메우고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악성 민원을 걸러내기 위해 내년부터는 민원 평가를 할 때 보험사가 수용하지 않은 민원에 대해 사유를 소명하면 그 민원은 평가에서 빼줄 계획입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악성 민원을 줄일 대책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내게 하는 방법, 금감원에 민원을 내기 전에 고객과 금융회사가 체계화된 분쟁조정을 거치는 방법 등이 제안됐습니다. 결국 지금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민원의 순기능을 살려야 선량한 고객과 보험사 모두가 웃을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묘책을 기대합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금감원#보험사#민원#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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