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호주 G20 총괄지휘 한국계 홀더웨이 재무부 국장 방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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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때 익힌 노하우 써먹고 있죠”

내년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를 맡은 H K 홀더웨이 호주 재무부 G20정책국장.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내년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를 맡은 H K 홀더웨이 호주 재무부 G20정책국장.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981년 경기 동두천에 살다가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 간 11세 꼬마 소녀는 현지 학교에서 ‘예스(Yes)’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누가 말을 걸면 뜻도 모른 채 무조건 “예스”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놀림 받던 ‘예스 걸’은 이듬해 교내 영어 발표대회에 나가 전교에서 단 한 명이 받는 우수상을 탔다. 호주 아이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독하게 영어 공부를 한 결과다. 그 뒤로 ‘예스’라는 별명이 더는 들리지 않았다. 이민 32년 만에 내년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준비하는 중책을 맡은 H K 홀더웨이(유혜경·43) 호주 재무부 G20정책국장의 이야기다.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G20 서울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홀더웨이 국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3년 전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를 도우며 배운 노하우를 요즘 톡톡히 써먹고 있다”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홀더웨이 국장과 G20의 인연은 2009년 한국에서 시작됐다.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던 한국 정부는 국제회의 경험이 많은 호주에 도움을 요청했다. 호주 정부는 일본 도쿄 주재 호주대사관 경제공사로 일하고 있던 홀더웨이 국장을 파견했다. 한국어와 영어가 유창한 그는 한국에 들어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사무실에서 우리 정부 관료들과 1년간 함께 일했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의 때 대통령과 장관의 영어 발표 원고의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그의 실력과 경험에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한국 관료들은 처음 G20 준비를 시작하면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무척 고생했어요. 하지만 배우는 속도는 정말 엄청났어요. 나중에는 주요 선진국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더군요.”

그는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라는 거창한 의제를 목표로 제시하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1년간 집요하게 참가국을 설득하고 서울회의에서 성과를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 수 배웠다.

3년 전에는 한국 정부가 그의 국제 경험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그가 한국에서 배운 G20 노하우를 활용할 차례다. 그는 “국제회의는 의제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며 “호주는 내년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의제로 설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이 도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부족으로 경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원조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세계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년 호주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정상 간의 합의문을 만들기 위해 ‘한국 스타일’로 노력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보통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서로를 대하잖아요. 한국은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해 큰 성과를 거뒀죠. 그런 따뜻함과 진정성이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홀더웨이 국장은 호주인 남편과 결혼하고 22년간 호주 연방정부에서 근무한 ‘호주인’이지만 일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36시간 동안 퇴근하지 않고 밤을 새우며 법안을 작성하다가 호주 언론에 기사가 실려 유명해졌다. 그는 “국적은 호주지만, 유전자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홀더웨이 국장#2014 호주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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