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반구대 암각화 물막이댐의 운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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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회-국회서 예산 삭감-부활 거듭… 댐 확대 설치 방안 내년 1월 심의

‘삭감-부활-삭감-증액돼 부활….’

울산의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한 가변형 물막이댐(카이네틱댐) 설치를 위한 내년도 예산이 지방의회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카이네틱댐은 하류에 건설된 댐 때문에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놓고 울산시(유로 변경안)와 문화재청(수위 조절안)의 의견이 맞서자 대안으로 제시된 보존안. 암각화 앞에 수위에 따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투명 물막이 댐을 설치하는 것으로, 올 6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합의했다. 내년 여름 장마철 이전에 완공할 예정으로 총 사업비는 88억 원(국비 57억 원, 시비 15억5000만 원, 군비 15억5000만 원)이다.

이 사업비에 대해 가장 먼저 제동을 건 곳은 울산 울주군의회. 울주군의회 내무위원회는 8일 울주군이 부담하기로 한 내년도 예산 15억5000만 원 전액을 삭감했다. 삭감 이유는 “울주군이 카이네틱댐과 같은 어려운 사업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고, 국보는 국가가 예산을 전액 부담하거나 광역자치단체인 울산시가 맡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틀 뒤 열린 울주군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국보 보존과 울산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한 차선책인 카이네틱댐이 시급하게 건설돼야 한다”며 삭감 예산 전액을 부활시켰다.

이번에는 국회가 발목을 잡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예산결산소위는 12일 반구대 암각화 보존 관련 예산 68억 원 가운데 카이네틱댐 건설비 57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삭감을 주도했다. “카이네틱댐 설치에 따른 안전성 우려와 문화재심의위원회 심의 추진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삭감 이유였다.

이에 새누리당 울산시당 위원장인 이채익 의원 등 울산 출신 국회의원들이 교문위 소속 의원을 찾아다니며 예산 부활 운동에 나섰다. “반구대 암각화가 균열과 박리, 풍화 등으로 바위면의 23.8%가 이미 훼손됐다”고 설득했다. 결국 삭감된 예산은 18일 열린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10억 원이 증액된 78억 원으로 최종 통과됐다. 이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 있지만,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에 통과가 확실하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한편 카이네틱댐 건설을 위해 실시 중인 지표조사에서 지금까지 암각화 앞에서 모두 81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카이네틱댐을 당초 예정한 크기(암각화 앞 40m)보다 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댐 확대 설치 방안은 내년 1월 열릴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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